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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인테리어를 끝내고 기존에 있던 가구를 버리고 새로운 소파를 들였다.

그런데 소파가 원래 이렇게 비쌌었나? 마음에 드는 제품들이 200, 300, 500만 원까지 가는 걸 보고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모되는 가구인데 이 정도 투자를 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발견한 로코코 소파.

우리가 원했던 소파는 합리적인 가격이면서 한국의 미가 담겨있는 디자인이길 바랐다.

쉽지 않은 조합이었는데 이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소파가 로코코에 있는 게 아닌가. 

샹베리 소파의 나무 곡선에서 기와지붕처럼 느껴지는 라인 부분은, 우리가 찾았던 전통의 미감을 발견하게 해 주었다.

영화 "파묘"에서 나왔던 소파라고 광고하고 있는 걸 보았는데, 거기서도 예쁘더라.

파묘를 봤을 때는 그냥 부잣집 인테리어 소품정도로 스쳐 지나가던 소파를 우리가 사게 되다니. 참 묘한 인연이다.

 

소재는 가죽으로 할지 페브릭으로 할지 고민을 많이 했지만, 오래 쓰기엔 아무래도 가죽이 낫겠다는 생각으로 가죽을 선택했다.

3인과 4인 사이즈를 선택할 수 있었다. 거실의 벽면 길이에 가장 이상적인 비율을 고려했을 때 4인 사이즈가 더 적합할 것 같아서 4인 사이즈를 선택했다. 무엇보다 4인 소파는 프레임 나무가 2개로 분리되어 합쳐진 다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처음 소파를 찾아보았을 때 프레임 부분이 통 원목으로 들어갈 줄 알고 평상처럼 사용 가능할 줄 알았던 부분인데, 막상 받아보니 생각보다 좌판 부분이 얇은 구조여서 불가능해 보였다. 이 부분은 여전히 아쉽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 꽤 있다.

1. 소파 쿠션이 단단해서 허리를 잘 받쳐준다. 앉거나 눕기에도 소파의 넓이가 넓기에 여유 있게 사용 가능하다.

2. 가죽 색상을 모카로 했는데 채도가 낮아서 오래 사용해도 질리지 않을 것 같고 답답해 보이지 않는다.

3. 프레임의 원목 색상이 진해서 거실 공간에 무게 중심을 잡아준다.

 

여러모로 집에 오는 지인들이 탐을 내는 소파가 되었다. 우리 눈에만 예뻐 보이는 게 아닌 것 같아 내심 흐뭇했다.

1인 소파도 있었는데 마음 같아서는 들이고 싶었달까.  

 

사용하다 보니, 소파와 연결해 사용할 스툴이 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옆으로 누워서 TV를 보는 것보단, 정방향으로 바라보며 다리를 올리는 게 더 편할 것 같은 기분 때문이었다.

그래도 지금도 만족한다. 가죽 상태도 좋고 원목도 단단해 보여, 꽤 오래 사용하다가 바꿀 때가 되면 가죽만 다시 맞춰도 될 것 같았다. 그때는 페브릭을 선택해 분위기를 바꿔볼 수도 있겠지.

 

로코코 소파는 일단 아주 마음에 든다. 

 

쿠션들이 분리되서 청소할 때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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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좋아하는 여름 과일, 산딸기

 

 

여름이 온 게 실감이 되는 날씨다.

여름 하면 산딸기 아니겠는가. 폭신한 산딸기 하나 입에 넣고 오물거리면 톡톡 터지는 알겡이들로 즐거움을 얻는다. 

 


백합이 여기저기 피어나고 있다.

 

 

백합이 피는 계절이다. 붉은색, 노란색, 흰색.

백합의 아름다운 색깔들을 보고 있으면 여름도 예뻐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전혀 변하지 않는 공간

 

 

여긴, 어떻게 늘 이렇게 같을 수 있을까.

사계절 중 가장 예쁜 색으로 이곳을 담으려면 여름에 와야 한다.

추억이 담겨 있는 장소.

오랫동안 사랑했던 드라마 속 배경같이, 나의 추억이 시퀀스처럼 흐른다. 

 


여름이다.

 

 

태극기가 눈에 보였다. 언제 또 이런 예쁜 태극기를 담을 수 있을까 싶어 사진으로 남겼다.

 


학교들을 볼 때마다 우리의 학창시절이 떠올리지 않는가.

 

 

이제 졸업한지 꽤 지난 나이인데 학교들은 어디서 만나도 내 추억이 떠오른다. 꼭 좋은 기억들만 있는 것도 아닌데,

추억은 추억인지 자꾸만 그 시절 내가 그리워진다. 지나간 청춘이 괜히 아쉽다. 

 


여름의 간식.

 

 

감자 좋아하니? 누군가 물으면 좋아한다 말해야 되나.

김에 싸서 먹으면 은근히 맛있는 걸 사람들은 알까. 오이지도 시원하고, 수박도 달달하고.

여름이 진짜 왔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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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빠가 생일 선물이라며 통장과 함께 돈을 주셨다. 

아빠는 우리의 생일에 맞춰서 항상 적금을 들어 두신다. 

1년짜리 적금이 만료되는 날, 우리는 아빠의 사랑을 그 어떤 조건도 없이 받게 된다. 

작년인가 재작년에는 그 돈으로 색소폰을 구매했었는데, 이번에는 뭘 해볼까 고민하다 나의 혈육과 팔찌를 맞추기로 했다. 

평소 십자가 하나쯤은 지니고 싶다는 혈육의 말을 기억해 우리는 십자가 모양을 팔찌를 찾았다. 

 

사실 나는 우리만 할 것 같은 독특한 디자인을 원했지만, 반려되었다. 

"G-Dragon 정도 돼야 감당할 수 있는 디자인"이라며, "안돼, 돌아가." 소리를 들은 나는 풀이 죽었지만 우리 팔목에 맞는 사이즈는 이미 품절이라는 소식을 듣고 다시 회복했다. 어차피 안 되는 거였다면, 굳이 좌절할 필요 없지. 

 

십자가 팔찌가 생각보다 예쁜 게 없었다. 어떤 건 이상하게 길어서 촌스럽고, 어떤 건 디자인 자체가 별로였다. 

그러다 발견한 "스튜디오 코랄". 

십자가 크기가 꽤 작아보이긴 했지만, 깔끔한 디자인에 마음이 들었다. 

 

스튜디오 코랄은 한남과 안국, 두 군데에 있는 주얼리 숍이다. 

예약제로 운영된다는 말에 최대한 빠른 주말로 예약을 잡고 다녀왔다. 우리는 종로를 좋아해서 안국점을 선택했다. 

종로의 햇살을 가득 받으며 스튜디오로 향했다. 

 

비도 안오고 색깔이 예뻤다.

 

 

 

알고 보니, 우리가 좋아하는 팥빙수 가게 근처에 있어 어렵지 않게 도착했다. 

인사를 하고 팔찌 종류들을 쭉 확인해 보며 십자가 모양을 자세하게 들여봤다. 

역시나 작고 소중한 십자가 하나가 팔찌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었다. 

"너무 작은가?" 고민하고 있는데, 새로운 디자인 하나를 골라 드는 나의 혈육.

"십자가 하나를 몸에 지니고 싶다 했잖아?"라는 말과 함께 쳐다보니 멋쩍은 미소를 하고 있길래 웃겼다.

그래, 뭐 마음에 드는 걸 하면 되지라는 생각도 잠시. 디자인에 대한 고민이 오래되자 우리는 엄마, 아빠한테 십자가 팔찌와 함께 다른 팔찌들의 사진을 찍어서 조언을 듣고자 했다.

 

그러다 아주 놀라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십자가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다른 팔찌들은 초점이 안맞는데?" 

"세 번이나 찍었는데 안 맞아. ㅋㅋㅋㅋㅋㅋ"

 

다른 팔찌들을 클릭해서 맞춰봐도 초점이 안맞는다.

마치 해리포터에서 지팡이가 주인을 고르는 것처럼 선택되는 기분을 느낀 우리는 고민을 그만두기로 했다.

집에 와서 찍어둔 동영상을 확인하다가 갑자기 조명을 바꾼 것처럼 십자가 팔찌에만 햇빛이 들어오는 것을 발견했을 때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 우리가 이런 걸 믿는 편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좀 무서울 정도랄까.

 

손목이 얇아서 처음에는 줄을 줄여볼 까 고민했다. 그렇다고 딱 맞게 하기엔 답답하고. 그냥 기본으로 맞추기로 했다.

한 달 쯤 기다리면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결제했다.

택배도 가능하다고 했지만, 왠지 직접 가서 받아보는 게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아 그때쯤 다시 들르기로 했다.

에코백도 주셔서 동네에서 휘뚜루마뚜루 들고 다닐 것 같다.

 

부디 안질리고 오래 하고 다니길 바래본다.

 

 

스튜디오 코랄 안국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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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부모님의 결정에 따라 우리 집은 인테리어 공사를 계약하고 2주 남은 시점부터 집청소를 시작했다.
누군가가 스트레스 받아서 죽고 싶을 때 인테리어를 하면 된다 했던가. 헛소리가 아니었다는 듯이 우리는 하루 하루 시들고 있다. 
분명 지인의 소개로 알게된 인테리어 집이었는데, 역시나 나의 지인은 아니었기에 아쉽게도, 당연하게도 그들은 남이었다.
여름이 오기 전 전체 샷시교체와, 집의 절반이상을 인테리어 및 수리를 하기로 결정 했다. 이렇게 대공사일 줄 처음엔 몰랐다.
생각보다 해야 될 것들이 꽤 많았다. 샷시 선택, 인테리어 스타일 결정, 디자인 확인, 도안 확인, 시공 순서 일정 짜기, 엘리베이터 사용 각서, 필요 없는 가구 처리, 인터폰 교체, 몰딩유무 등등. 해야 할 건 많았고 집에는 사람이 없었다. 줄자와 친해질 수 있었던 기간이었다. 
 
우리 집은 생각보다 짐이 없다.
가족 구성원은 4명인데 2명은 정리하는 걸 너무나 좋아하고, 2명은 다 쓸데가 있다는 생각으로 버리는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집안의 실세는 한 분이시고, 그 덕에 짐이 생길 틈이 없다. 생긴다 하더라도 결국은 정리될 뿐이다. 
이전에 서재방에 배관누수로 곰팡이가 핀 적이 있었는데, 우리는 곰팡이를 발견한 김에 서재에 있는 책들을 정리를 했었다.
무려 차로 두 번을 가득 실어서 이동시켜야 할 정도로 많은 책들을 한 번에 버렸는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 중 몰랐어야 덜 슬펐을 소식 하나가 아빠가 가지고 있던 많고 많은 고전소설 책들도 그때 다 버렸다는 것이었다. 그때는 이미 허리가 나갈 정도로 지친 몸상태였기에 나중에는 손에 잡히는 모든 것들을 확인도 안 하고 묶어두었다. 거기부터 아빠의 책들은 내손에서 떠나버렸던 것이다. 어느 날 아빠가 내가 산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보고 말씀하셨다. "어! 그 책 우리 버린 건데?" 그때 직감했다. 아마도 앞으로 살 책들 또한 아빠가 버린 책들에 속할 것이라는 것을. 
어쨌든 그 당시 서재 책들을 버리려고 거실에 쌓아두었다가 이왕에 정리하는 거 방에 있는 책들도 정리하자는 말을 시작으로 대대적인 집안 대청소가 시작되었었다. 아마도 다른 집에서 우리 집을 봤을 때, 이사를 가는 줄 알았을 수도 있다.
나는 그때 이젠 털어도 더 이상 먼지하나 나올 게 없을 것이다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또다시 집안의 곳곳에 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으면 이제 버려야 한다는 말을 기준으로.
우리는 이젤도, 목재 책상도, 목재 식탁도, 베란다에 있던 피아노도 전부 버리기 시작했다. 선물 받은 도자기들도 정리 대상이었다. 왜 있는지 모르는 타일들도. 그래도 식탁의 경우 상태가 좋아 당근에 올려두니 적십자였나 어디선가 가져가기로 연락이 왔다. 
이참에 그릇들도 정리하기로 했다. 쓰던 것들을 버리고 선물 받았던 그릇들로 교체하기로 정해졌다. 도자기를 버릴 때는 자루를 구매해야 한다. 6000원이었지만 아저씨가 일일이 망치로 하나하나 다 깨야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수고스러움에 잔돈을 받을 수 없어 만원을 냈다. 옷들도 버리기 시작했다. 겨울 옷, 여름 옷 말할 것 없이 올해 입지 않았다면 파란 봉지안으로 들어갔다.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눈앞에 봉지 개수가 쌓여 있었다. 진짜 이게 맞나? 하루하루 허리가 나갈 것 같다. 그래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피아노를 버릴 때는 5만 원의 수고비를 내면 수거해 가시는 업체가 따로 있다. 레쓰비와 현금 5만 원을 함께 준비해 두었다. 
 
관리사무소에 처음 가봤다. 1층에는 노인정도 있었는데 지하에는 탁구실도 있다 한다. 예전에 아빠랑 탁구를 한번 치러 갔던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한 희미한 기억이 희미하게 사라졌다. 추억을 회상하기엔 할 게 너무 많았다. 승강기를 사용하기 위해 보증금 10만 원을 내고 5일 이상 사용하는 날짜를 추가로 원금 + 추가금의 돈을 입금시키고 왔다. 엘리베이터에 승강기 사용료가 인상됐다는 안내문을 봤을 때 "이런 것도 있었네."하고 넘겼던 부분에서 인상된 그 돈을 내야 되는 대상자로 바뀐 날이었다. 세대 내부 공사 신고서와, 혹시 모를 민원 방지를 위해 5세대 이상의 공사 동의를 구한 공사 동의서도 함께 제출하였다. 승강기 사용 각서도 제출해야 승강기에 보양재를 붙여준다.
 
인터폰을 교체할 때는 선택지가 3개정도 있다.
1. 인테리어 업체, 2. 관리사무소와 연계된 업체, 3. 인터넷 구매.
그중 가장 싼 곳을 선택하면 되는데, 동일한 모델인데도 불구하고 가격이 80, 40, 30이 되는 것을 보고 정신 바짝 차려야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도 지인 찬스라 생각했던 신뢰도가 그때부터 약간 흔들렸던 것 같다. 80은 너무 부른 것 아닌가.
인터넷으로 구매 할 때는 1층 로비와 연결이 되면서, 현재 집에 있는 모델과 호환이 되는 모델을 찾아야 한다. 1층 로비에 설치되어 있는 모델 브랜드와 동일해야 호환이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업체들 모두 동일한 브랜드의 3,4가지 모델들을 보여줬었다. 기능이 많을수록 가격 또한 올라갔지만, 적당히 필요한 모델을 선택했다. 
 
인테리어 공사 기간 동안 마실 수 있는 음료수들도 구매를 해두었다. 아무래도 여름은 아니라 더위에 지칠 리 없지만 그래도 소소하게나 힘내시라는 마음으로. 
 
주변에서 인테리어 공사한다 하니 아침, 저녁으로 꼭 확인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꼼꼼히 보지 않으면 어떻게 해둘지 모른다는 말이었다. 사실 꼼꼼히 본다 해도 내가 잘 돼 가는지 잘 안 돼 가는지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일반인의 눈으로 과연 그걸 알아챌 수 있는 것인가. 그럼에도 항상 이런 이야기가 오고 가는 것을 보면 일반인의 눈으로도 확인이 될 정도로 처참한 상태를 목격한 사람들이 있기에 하는 소리겠지? 
 
한 편으로는 걱정되고, 다른 한 편으로는 기대가 된다.  
무엇보다 집안의 평화가 절실하다.
  

식탁의 마지막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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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날들의 향연을 지나 5월 7일이 되었다. 화창한 하늘을 보니 오늘 하루도 기분 좋은 하루가 될 것이라는 알 수 없는 확신이 드는 그런 좋은 하루였다.  
5월 7일, 그날은 친구를 만나 함께 클래식을 들으러 가기로 한 날이었다.
 
다들 클래식을 좋아하는가? 아마도 내가 처음 클래식에 접했을 때의 나이가 중학생 때였을 것이다. 학교 숙제로 클래식 듣고 오기가 있었던 것 같았는데, 친구 중 한 명이 예술의 전당에서 일하고 계신 분을 알고 있어서 그 덕에 좌석까지 업그레이드되어 볼 수 있게 된 좋은 기회가 있었다.
좌석도 좋았고, 클래식도 너무 좋았지만, 친구들은 나와 달랐나 보다. 너무 어렸던 나이가 문제였던 걸까. 우리는 인터미션 때 나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더 이상 들어가지 않았다. 내 입장에서는 참 아쉬웠던 기억이다. 친구들이 싫다 하니 나도 싫다 했던 그때, 사실 난 너무 좋았었으니. 그래도 그때는 친구들이 제일 좋았던 나이였다. 그 아쉬움이 얼마나 컸는지 아직도 그날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내 머릿속에 중학교 때 기억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날만큼은 선명하다. 내가 의자에 겉옷을 어떻게 벗어두었는지도 기억이 날 정도니까..
 
어쨌든 나는 그 이후로, 내가 클래식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클래식을 들으러 자주 왔다. 어느 날 혼자 왔을 땐, 무슨 음악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잠이 솔솔 와서 잠깐 당황스러웠었다. 그 정도로 음악 소리가 감미로웠던 것일까.
종종 클래식 공연 후기에서 누군가 박수를 쳐서 사람을 깨운다거나, 지휘자가 코를 고는 소리를 듣고 골탕을 주기 위해 북을 치게 한다거나의 상황들을 읽을 때마다 설마 그런 거에 놀랄까 했는데, 막상 내게 졸음이 오니 무슨 말인지 확 체감이 되었다. 그 이후로는 공연을 오기 전 날 잠을 충분히 자고 온다. 효과는 꽤 있는 것 같다. 
박스석을 예매해 본 적이 있는가? 나로서는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툭 튀어나와 있는 공간이 주는 매력이란, 가봐야 안다. 공연하는 모두가 유독 잘 보인다. 2층이라 전체적인 시야도 아주 좋다. 하지만 그 특유의 장점을 나만 알고 있는 것이 아니듯. 경쟁률에 치여 예매하기 너무 어렵다. 그래서 찾게 된 두 번째 마음에 드는 자리. 아마도 예술의 전당에서 오케스트라를 들으러 갈 때마다 거의 동일한 자리를 예매하는 것 같다. 이 자리 역시 모두가 다 보이는 자리라 마음에 든다. 피아노 치는 연주자분의 손가락까지 잘 보이는 자리랄까. 
아, 천당석이라고 들어봤는가.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천당석이라고 불리는 거의 꼭대기에 있는 자리가 있다. 왜 천당석인가 궁금해서 예매해 본 적이 있었는데 거긴 정말 무섭고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혹시라도 그럴 일은 없겠지만 헛디디기라도 하면 까딱하다간 진짜 천당에 가겠더라. 계단을 무서워하는 나로서는 그날 이후로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내가 이렇게나 좋아라 하니 우리 가족 역시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올타쿠나 하고 가족 모두의 마음을 이참에 사로잡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봤던 공연이 이무지치와 한경 필하모닉 공연이었다. 다행히도 가족들 모두 그때 이후로 클래식에 대한 좋은 감정이 들었는지 우리는 공통된 취미를 얻었다. 
 
친구들은 고맙게도 내가 클래식을 좋아한다는 것을 잊지 않고 좋을 것 같은 공연이 보이면 나에게 연락을 준다. 덕분에 굳이 내가 찾아서 볼 필요가 없다. 이번에는 무려 1+1 이벤트를 한다며 정보를 물고 온 친구덕에 우리 가족들에게도 득템의 소식을 전할 수 있었다. 우리는 위치만 다르게 같은 날 함께 자리했다. 나는 내 친구와, 우리 가족은 다른 곳에.
이번 디즈니 & 픽사 OST 공연은 중간중간 뮤지컬도 함께 했는데 남자분, 여자분 모두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그들은 아마도? 언제나처럼 남다른 위트로 사람들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했다. 그래서였을까. 이번 공연에서는 박수를 꽤 많이 쳤다. 남자분은 톰과 제리의 제리 느낌이었다면, 여자분은 숲 속에 사는 요정 같은 분위기였는데 특히나 남자분이 알라딘 노래를 부르실 때는 정말로 동화 속으로 빠진 기분을 느꼈다.
이번 공연으로 가장 크게 흥미를 갖게 된 부분은 색소폰이었다. 우리 집에는 아빠가 색소폰을 불고 싶다 하셨던 적이 있어서 색소폰을 구매해두었다. 집에 있던 그 악기가 저런 소리를 낸다는 것은 참 새로웠다. 예전에 학교 다닐 때 취미로 플룻을 꽤 오래 배웠던 적이 있어서, 색소폰을 처음 만났을 때 허풍을 치며 불어봤다가 큰코다쳤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생각보다 폐활량이 엄청나게 필요했던 악기로 기억하는데, 그만큼 공간을 감싸는 그 풍성함을 바로 이 공연에서 처음 느꼈다. 아빠가 저 정도까지 불려면 어느 정도의 연습이 필요할 까 싶다가 이참에 내가 배워볼까도 생각해 본 하루였다.
 
오케스트라를 들으러 가면 항상 내 시선을 사로잡는 한분 혹은 두 분이 존재감을 뿜으며 그곳에 자리하고 계신다. 가장 뒤에서 북도 치고, 실로폰도 치고, 뭔가 아주 분주하신 분. 박스석에 앉아서 이분들만 봐도 순식간에 공연이 끝나있다. 나중에 찾아보니 타악기(퍼커션) 연주자라 하시던데, 여러모로 참 대단하신 것 같다. 저 정박을 어떻게 저렇게 흔들리지 않고 찾을 수 있을 까도 싶다가, 얼마나 많은 악보를 볼 줄 아는 것일까 싶다가도, 저 순서들은 어떻게 기억하고 바로바로 들어오는 걸까 싶달까? 말 그대로 멋지다. 만약 오케스트라에서 이런 타악기 연주자가 없다면 아마도 풍성함이 배는 줄 것 같다. 물론 각자의 공간에서 소리 내는 악기들은 모두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나에게 음악회는 언제나 즐거웠지만 갈 때마다 내 귀를 사로잡는 악기들은 항상 달랐던 것 같다. 어떤 날은 첼로가 되기도 하고, 어떤 날은 바이올린, 어떤 날은 피아노, 이번에는 색소폰. 그 와중에 늘 한결같이 관심이 갖던 게 타악기 연주자인 것 같다. 
 
인생이 하나의 오케스트라라면 나는 무슨 악기를 다루고 있을까.
이번 생은 잘 모르겠지만, 다음 생이든, 이번 생에서 남은 생을 다 모아서라도 나는 타악기 연주자가 되고 싶은데 이제는 욕심일까 싶다. 어렸을 때는 모든 게 그냥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제는 모든 것이 왜 이리 무겁게 다가오는지.
엄마 아빠는 도대체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걸까? 다시 봐도 대단한 것 같다.
부모님은 과연 어떤 악기를 다루고 싶으셨을까? 꿈은 이루었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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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도 올해도 봄이 오는 걸 보면 시간은 여전히도 흘러가고 있나 보다.
벚꽃은 떨어진다, 떨어진다 해도 아직까지 굳세게 매달려있는 애들도 있고, 이미 꽃비로 흩날린 애들도 있다.
오늘도 저녁 산책을 하면서 꽃비를 꽤 맞았다.
날씨도 웃긴 게 어제는 4월이 아닌 10월 같다가도 오늘은 영락없는 4월의 어느 날이더라.
바람이 따뜻해서 살랑살랑 기억도 안나는 어느 하루의 추억이 생각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오늘은 또 알고 지내던 지인이 연락이 왔다. 날씨가 좋아졌다며 하루 만나자는 연락이었는데 반갑다가도 꼼질거리는 그 어떤 느낌에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나이가 먹긴 먹었는지 이제는 길을 가다가 햇살이 닿아 빛을 내고 있는 풀잎들이 있으면 잠깐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왜 그렇게 어른들의 사진첩에는 꽃 사진, 나무 사진 등등 자연 사진이 한가득한가 했던 날들이 있었는데 ㅎㅎ 이제는 내가 그러고 있네.

또 하나 달라진 게 있다면 요즘 들어 그렇게 학생들이 예뻐 보인다.
얼굴이나 외적으로 미의 기준이 낮아졌다기 보단 그냥 그 젊음이 주는 아름다움을 볼 수 있게 된 게 맞지 않나 싶다. 내가 대학생 때만 해도 그저 말 못 하는 아기들만 귀여워했었는데 이제는 대학생들도 그렇게 사랑스럽고 귀엽게 보인달까.
친구들을 만나러 종로나 홍대, 이태원 정도 가면 젊은 친구들이 한가득 보이는데 그때마다 정말 귀엽고 예뻐 보인다.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다. 또 그렇다고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닌데. 참 알 수 없다.

눈이 자꾸 안 보여서 이제는 진짜 안경을 써야 된다. 안경을 쓰면 뭔가 인상이 더 차가워지는 것 같아서 안 썼었는데 이제는 안 쓰면 얼굴이 안 보인다.
흐릿흐릿해서 초점이 나가 있달까.
근데 또 그게 장점이 될 때도 있다. 길을 걷거나 자세히 볼 필요 없을 때는 오히려 좋다. 집중해도 안 보여서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 얼굴도 안 보인다.
예전에는 시선이 의식돼서 불편했는데 이제는 모두가 배경이다.
블러처리된 배경이라 가끔 주인공들인 친구들 얼굴도 못 봐서 붙잡힐 때가 있지만 그게 뭐 중요할까.

공허하다는 기분이 자꾸 든다.
봄을 타나? 내가 그럴 리 없는데, 이것도 나이가 들어서 더해지는 감정일까.
시간의 흐름이 가끔은 너무 빠르게, 가끔은 너무 느리게 느껴진다.
빠르지 않았으면 좋겠는 그 시간에는 빠르게 가고, 빠르게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또 어떤 시간에는 고정이라도 된 것 같이 멈춰있고.
가끔 보면 시간이 참 무정하달까. 그렇기에 태연히 지금도 흘러가고 있는 거겠지.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며, 오늘은 좋은 꿈을 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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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여러 연말 약속을 지나 어느덧 2024년의 마지막 하루가 되었다.

2024년이 되었을 때도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 발만 내딛으면 2025년이 된다니.

2024년에는 꽤 많은 비극적인 사건들이 있었다. 러시아 전쟁에 참전한 북한 병사의 이야기들이나, 며칠 전 일어난 항공기 추락 사고라던지. 공평하게 흘러가고 있을 시간에서도 공평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 시간들이 지나갔다. 어렸을 때는 이런 사고 소식이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왜 잊혀질 때쯤 하나씩 참사의 소식이 전해지는 것일까 의문이 든다.

내가 어렸을 때는 이만큼의 뉴스를 보지 않아서 였을까. 철렁거리는 마음이 익숙하지 않다.

 

나이가 든다는 게 어떤 면에서 보면 축복이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씁쓸해지는 감정으로 와닿는다. 아마도 이기심이 불러오는 감정일 것이라 생각한다.

 

어렸을 때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경계선이 뚜렷했다. 봄에는 벚꽃을 보러 가고 여름에는 물놀이를 하러 계곡이나, 빠지, 워터파크, 그것도 다 할 때쯤 바다로 여행을 갔다. 가을에는 한강으로 피크닉도 가고, 날씨가 좋으니 친구들과 어디든 여행을 다녔고, 겨울엔 스키장으로 여행 계획을 짰었다. 이빨이 딱딱 부딪힐 정도로 추운 한파에도 친구들이랑 털모자를 눌러쓰며 즐거웠던 시간을 보냈었다.

20대가 지나 30대가 돼 보니 이제 친구들도, 나도 너무 바쁘다. 20대에는 공부만 하면 나머지는 다 놀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30대에는 놀 시간을 만들기 위해 꽤나 노력이 필요했다. 더 이상의 계절에 따른 감성은 내 인생에서 사라지고 있다. 옛말에 젊을 때 더 많이 놀아야 된다는 말이 이제는 퍽 무슨 뜻이었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다.

 

어렸을 적에 해 질 녘까지 친구들과 신나게 놀이터에서 놀다가 배고파질 때쯤 집으로 들어갈 때의 기분을 기억하는 가. 나의 10대와 20대는 아마도 놀이터에서 놀던 그때의 꼬마였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가족이 있는 집으로 들어온 기분이다. 친구들과의 시간이 줄었다면, 부모님과 함께 하는 시간은 늘었다. 어쩌면 엄마, 아빠는 내가 친구들과 다 놀다 오길 기다려 준 것 같다.

부모님과 대화하는 시간이 꽤 즐겁다. 나이에 따른 충고도 가끔 들을 기회가 있는데 최근에는 살짝 무서운 말을 들었다.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시간은 아무렇지 않지만 30대에서 40대로 넘어가는 시간은 꽤나 힘들다는 것을. 아직 시간이 남아 있지만 그래도 뭐가 어떻게 다르다는 건지 알지 못하니, 사실 두렵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시간이 흐르기에 나이가 드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고, 그렇기에 나 또한 늙어가는 게 당연한 건데 피터팬 증후군이라도 걸린 것인지 요즘 들어 참 많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감정이라는 것은 참 무섭다. 비옥한 토양이 쌓이면 모든 것을 품을 수 있는 숲이 되고, 땅에 있는 수분이 다 뺏기면 아무것도 살지 않는 사막이 될 수 있듯이 감정이 쌓이면 그게 나의 얼굴이 된다. 내 얼굴에는 내가 쌓아 뒀던 감정을 머금고 있다. 가끔 거울을 본다. 내 무표정에 인색함이 있지 않은 지, 내가 웃을 때는 어떤 얼굴인지 관찰한다. 주름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도 체크해봐야 한다. 무관심 또한 조절할 필요성이 있다. 사실상 조금이라도 귀찮아진다 싶으면 무관심해지는 게 더 심해졌달까. 내가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무관심이 당연해진다면 나 또한 그들의 기억 속에 무의 상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나의 감정에 모든 것들을 품을 수 있지 않더라도, 적어도 생명체가 숨 쉴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내 장점 중 하나로 오래 걷기가 있다. 2만 보도 걸으니 걷는 건 자신이 있었다. 물론 믿는 구석이 있었다. 표지판. 표지판만 보면 어디서도 길을 잃지 않을 수 있기에 난 새로운 길에서도 내 체력만 되면 그냥 걷는 것을 좋아했다. 안타깝게도 세상에는 누군가가 만들어 둔 표지판이 있지만 인생에는 그 표지판을 내가 만들어야 한다.

어디인지도 모른 채로 익숙하게 너무 많이 걸은 것이 문제였을까. 길이 안 보인다.

어렸을 때와, 나이가 들어 길을 잃는 게 다른 것 같다. 뭐 랄까. 어두움의 깊이가 다른 것 같달까. 검정에도 다 같은 검정이 아니듯 내가 걸어온 길이만큼 더 깊고 더 진해진다. 어쩌면 사실 표지판이 있는데 내가 있는 곳이 너무 어두운 것일까도 생각해 봤었다. 근데 그렇게만 생각하면 너무 슬프기만 하니까 그만두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왜 어둠도 시간이 지나면 눈이 적응을 한다 하지 않는가. 슬슬 보일 때가 된 것 같다. 그래서 내년엔 더 좋은 일들이 생길 것 같다.

그런 거 보면 엄마, 아빠는 얼마 큼의 어두움에 적응한 것일 까?   

 

2025년에는 올해보다, 지금 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자. 더 많은 감정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세상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제 진짜 곧 지나갈 2024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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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1월이 되었다. 이제 올해가 가기 전까지 단 두 달만을 남겨둔 상황이다.
나는 과연 올해에 어떤 삶을 살았는가.
최선을 다해 바쁘게 살았을 까.
결과적으로 나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바쁘게 살지 않았다 해서 여유를 가지고 나를 위해 살았나 생각해 봐도 나는 이도저도 선택하지 못한 한 해였던 것 같다.

차라리 완벽하게 편안한 쉼을 선택한 것도 아니라는 부분이 아쉽다. 왜 그랬을 까.

나이가 먹을수록 1년의 단위가 참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다.
체감 상 거의 버스 정류장 지나가듯 한 달, 두 달 그렇게 지나가는 기분이 든다.
그 사이에 내가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잠시라도 눈을 떼면 이미 손에서는 멀어져 원래 내려야 할 정류장이 아닌 그다음 정류장으로 가고 있는 상황이다. 처음엔 그 상황이 당황스러웠는데, 이제는 더 늦기 전에 그다음 정류장에서라도 내려야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친구 관계도 그렇다. 나도 모르게 멀어져 버린 내 친구들이 올해도 존재한다. 어렸을 때는 친구를 사귀는 게 참 쉬웠던 것 같은데 이제는 친구를 잃는 것 역시 참 쉬워진 것 같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할 수 없듯이 모두가 다른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기에, 그 사이에서 오는 아쉬움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 어쩌면 이유가 되는 것 같다. 
어렸을 땐 같은 시간 속에서 다른 생각과 다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현실이 새롭고 흥미롭게 다가왔는데 어느 정도 성장한 지금의 상태로 보면 흥미롭게만 생각할 수 없는 것 같다. 아마도 나 또한 변해버린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것일 뿐이겠지.

 

나는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생각이 쌓이고 그 쌓인 생각 위로 또 다른 생각이 쌓이는 것이 나는 참 좋았다.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마도 나이가 들면서 얻을 수 있는 큰 장점이라 생각했었다. 간과했었다. 생각에는 좋은 감정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렸을 때는 기쁨의 기준치가 낮았던 것 같다. 풀밭을 걸어가도 신이 났고, 모든 게 궁금했고, 그래서 모든 시간들이 추억이 되었다.

하지만 커가면서 기쁨이라는 건 생각보다 쉽게 만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오히려 기쁨보단 슬픔이라는 감정에 대해 더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더 모든 것에 무뎌진 감정을 갖게 되었다. 맞다. 나는 어쩌면 지금까지는 알지 못했던 슬픔에 대해 배워가고 있는 것 같다. 감정은 다양하기에 이 시간이 지나면 나는 또 다른 감정에 대해 배우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인간이라는 기준치에 맞는 감정들을 가지게 될 테니 지금의 이 생각도, 익숙해지자.

아! 그래도 자격증을 두 개나 땄다. 새로운 환경에서 경험도 해보았다. 잘 되지 않은 결과라 할지라도 꽤 여러 곳에 발을 넣어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올해의 나에게 부족하다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던 이유는 아마도 세상 모두가 나보다 더 바쁘게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인 것 같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시간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오늘, 내일을 더 열심히 생각하고 살아가기로 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들이 어느 정도 일지 몰라도 열심히 살고 싶다. 오늘 같이 또 후회되는 시간을 갖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년엔 더욱 발전한 나를 만나길 바라고 바란다. 힘내보자!

 

 

 

 

그대가 자신의 별을 따라가는 한, 영광스러운 항구에 실패 없이 도달할 수 있으리라. - 단테의 신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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