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롭던 봄날을 느끼며, 평소와 다름없이 밤 산책을 하고 있던 어제였다.
나의 하루 루틴 중 하나인 밤 산책은 아파트 단지 3개를 지나 아름답게 조성되어 있는 하천가 산책로에서 이루어지는데,
사건은 두 번째 아파트 단지에서 벌어졌다.
분명 가는 길에 개똥을 발견했다.
개똥이 3개나 있었는데 제일 큰 건 진짜 커서 특히나 누군가 밟겠구나 싶었다. (말한 놈이 걸리는 건 불변의 법칙인가.)
분명 나는 개똥을 인지하고 피했다.
분명 돌아오는 길에도 개똥을 피해야 된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
분명 그랬는데...
유독 어두웠던 시간 대였던 게 문제였을 까.
가장 큰 걸 밟는 순간, 아 개똥.
찰나에 잊었던 아까 그 큰 개똥이 내 발밑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 살다 보면 개똥도 밟고 그러는 거지.
운동화가 왜 두꺼운가.
그럴 수도 있지 하는 마음으로 동네 놀이터 가서 사정없이 발을 쓸었다.
질질 끌고 있을 때쯤. 아무래도 나무 가지 하나를 주워 이 딱 붙어 있는 왕건이를 제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단히도 밟혔는지 떨어트리는데도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그래. 생각해 보니 이러고 있는 것도 오랜만이구나 생각하며 마저 개똥을 제거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발을 질질 끌며 아주 작은 개똥도 내 운동화 밑창에 남아있을 수 없게 최선을 다했다.
물론 결과는 아주 만족할 정도로 밟기 전으로 돌아간 상태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해프닝이었다.
그리고 오늘, 마찬가지로 오늘도 나의 루틴을 지키기 위하여 준비를 하고 밤산책을 출발했다.
오늘따라 유독 특별한 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산책로가 아닌 산책로 옆 풀 숲을 걸어 다녔다.
이게 문제였던 걸까.
만보를 채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때까지만 해도 난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아주 작은 느낌. 정말 아주 작게 발밑에 약간 두꺼운 게 있는 느낌적인 기분이 있긴 했었는데.
그게 똥이었던 거지.
아무렇지 않게 오늘도 잘 갔다 왔다는 마음으로
아무렇지 않게 집문을 열고 그저 전실에서 신발을 벗기 위해 허리를 숙였을 뿐이었는데.
나는 또 똥을 목격했다.
내 운동화에 완전 밀착한 그 똥을.
학 씨. 진짜.
어제보다 더 질은 그 똥은, 진짜 대형견의 똥이 아니면 사람 똥인가 의심이 들정도로 많이 컸다.
왜냐면 내 운동화 양옆으로 튀어나와 붙어있었거든... 솔잎들과 함께.
왜, 이런 일이 나한테 생기는 것인가.
조용히 다시 뒤를 돌아 문을 열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리고 집 뒤에 있는 놀이터로 향했다.
어제보다 질었던 그 똥은 발을 끈다고 떨어지지 않더라.
나뭇가지 하나를 주워 시소에 앉아 찰흙 떼는 기분으로 똥을 떨어트렸다.
이게 연속으로 밟을 수도 있는 건가 싶다가
내가 밟은 거니 누굴 탓할 수도 없었다가도
어떤 견주 놈이 이 똥을 안 치우고 튀튀를 한 건지
분노를 느꼈다가도 이 상황이 어이가 없어 진정됐다.
도대체 어디서 밟은 건지 느껴지지도 못한 게 날 더 어이없게 만들었다.
운동화 밑창을 이렇게 끌어본 것도 일생에 없었던 것 같다.
내일 로또 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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