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동안 가족들과 하동 여행을 다녀왔다.
사실 이때쯤이면 날씨가 시원할 줄 알았다. 서울은 그전 주부터 이미 가을 날씨였으니.
남쪽의 날씨를 간과했다.
습하지 않은 여름의 날씨. 그것이 9월의 하동이었다.
하동을 처음 여행했던 때는 대학생 시절 내일로 기차 여행을 통해서였다.
이때는 겨울이었기에 겨울의 하동을 보았다.
눈이 한가득 내린 하동의 풍경은 크리스마스 스노우볼 그 자체였다.
최참판댁이 있던 근처 2층 숙소에서 묵었는데
그때는 관광객이 올 때가 아니어서 사람들이 전혀 없었다.
하동역에 내릴 때만 해도 다른 사람들을 거의 본 적이 없기에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그래서 그런지 게스트하우스 주인은 이것저것 꼬투리를 잡아 어떻게든 돈을 더 받을 심산인 듯했고,
그다지 좋지 않은 기억으로 마무리될 뻔했던 하동 여행의 끝에는 그 마을 이장님이 계셨다.
지금은 스마트폰 몇 번 클릭하면 바로 나오는 정보들이 그 시절에는 없었다.
서울에서 그토록 많이 보았던 택시들이 그렇게 적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
한밤의 하동은 아름답다.
산들이 사방을 둘러싸고, 중간중간 가로등의 불빛이 땅 위의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 불빛들이 별처럼 보이는 이유는 땅에서 보여야 할 빛들이 어둠으로 채우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어둠을 뚫고 걸어가다 마주친 이장님 부부.
"여기까지 왜 왔냐"는 물음과 함께, 두 분은 우리를 마트와 숙소까지 태워다 주셨다.
아직도 차 안에서 바라봤던 하동의 야경을 잊지 못한다.
어른이 된 지금 이 기억을 토대로 다시 간 하동.
켄싱턴 리조트에 히노키탕이 있는 객실이 있길래 그곳에서 3박을 하기로 했다. 마침 최참판댁 한옥 호텔에도 안채가 딱 하나 남아 있어 그곳까지 예약하면서 우리의 숙소가 완성되었다.
쌍계사 쪽의 하동은 여유롭다.
이상하게도 이쪽은 한국인 관광객보다는 외국인 관광객을 많이 보았는데, 아무래도 등산을 목표로 한 외국인들이 많았던 것 같다.
우리의 일정은 하루는 화개장터, 하루는 쌍계사, 하루는 삼성궁, 하루는 최참판댁, 하루는 여유 부리기였다.
화개장터는 평일에 가니 그다지 볼 게 없었다.
기억에 남는 거라고는 생강청과 쌍화탕, 도라지 더덕청 정도. 이건 택배도 가능하다고 해서 명함을 받아 왔다. 맛이 좋길래 나중에 필요할 때 구매하면 될 것 같다.
하동에 오는 관광객이라면 대부분 다 오는 밤파이집의 밤파이는 한 번쯤은 먹어 볼 만한 맛이지만 서울에서 못 찾을 맛은 아니다.
하동 여행을 준비한다면 차라리 공설시장이 열리는 날을 기점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그리고 쌍계사.
쌍계사는 현재 공사 중이다. 그래서 일부 공간들은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쌍계사는 볼 게 많다. 나무들이 예쁘고, 올라가다 보면 불일폭포가 자리 잡고 있다.
대망의 삼성궁.
하동에서 만난 사람들은 만나면 어디 갈 건지 물어보는 분들이 많았다. 삼성궁에 간다 하면 대부분 "거길 왜 가냐"는 대답이 돌아 왔다.
하동 사람들은 관심 없는 기색이었지만 나는 꽤 재미있게 보았다.
함께 간 가족들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내게는 다음에도 다시 오고 싶은 장소였다.
입장료가 8000원이었는데 이 모든 걸 보고 온다면 가격은 신경 쓰이지 않는다.
여기서 유독 다람쥐들을 많이 보았다. 뭐가 움직인다 싶으면 다 다람쥐들이었다.
한 번에 다섯 마리까지 함께 본 적도 있다.
우리가 내려오는 길에 주차장에 대형 버스들이 들어왔는데 외국인들의 단체 패키지 여행 차량 같았다.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해서, 오히려 재밌는 기억으로 남았다.
'우리 가족도 이탈리아나 스위스에서 딱 저런 표정이었는데' 하는 추억 소환까지 되었달까.
마지막 최참판댁.
여기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공간이 주는 실망보다는 사람들이 그랬다.
한옥 호텔을 체험하고 싶거나 박경리의 토지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찾아갈 필요 없는 곳.
아, 배파이는 맛있으니 배파이가 목적이라면 다녀올 만하다.
그렇게 예전에 보았던 겨울의 하동과는 전혀 다른 여름의 하동을 며칠동안 돌아다녔다.
5일의 짧은 여행을 끝으로 여행 정보를 적어두려 한다.
누군가 하동으로 여행을 간다면 한 번쯤은 읽어 보기 좋을 먼저 다녀온 자의 팁이랄까.
쌍계사 근처에서 하기 좋은 것들과 맛집 추천.
1. 산책 & 별 구경
쌍계사 쪽의 숙소를 묵는다면 새벽이나 밤에 산책하기 좋다.
새벽에는 공기도 좋고 차밭들이 곳곳에 있어 눈이 호강한다.
밤에는 별이 끝도 없이 보인다. 높은 건물들이 없어서 그런지 하늘을 이토록 눈에 가득 담을 수 있는 곳도 드물 것이다.
2. 티카페 하동 차 체험 & 녹차 아이스크림
티카페 하동에서 운영하는 차 체험 클래스가 있다. 우리는 60분 코스로 신청을 했고, 이 코스는 3가지 차와 다식이 나오는 구성이다.
가격이 만원이라 그다지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도 꽤나 재밌게 수업을 들었다. 60분 수업이라 적혀 있지만 우리의 수업 이후에 수업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수업 시간도 바뀌는 것 같았다. 우리는 거의 두 시간을 들었으니.
수업은 3층에서 진행하고 카페는 2층에 있는데 이 카페에서 판매하는 녹차 아이스크림이 예술이다.
가격은 6000원. 가격도 굉장히 싸고 맛도 좋아 여행 내내 하루 한 번씩 먹으러 갔다.
올라와서도 그리워지는 맛이다.
아. 여기서 판매하는 녹차 아이스크림 라떼는 그저 그러니 그걸 먹을 바에는 그냥 아이스크림을 먹는 걸 추천한다.
3. 켄싱턴 리조트 히노키탕
켄싱턴 리조트에서 객실을 '디럭스 스파'로 선택하면 히노키탕이 있는 객실을 이용할 수 있다. 이 방은 기준 2인에 최대 4인까지 인원 추가를 할 수 있다.
켄싱턴 리조트는 인원 추가와 침구 추가, 인원추가 + 침구추가가 가격이 다르다.
인원 추가 + 침구 추가는 22000원, 인원 추가만 할 경우 11000원, 침구 추가만 할 경우 16500원이다.
디럭스 스파에는 기본적으로 여분의 침구가 2개 더 있어서 우리는 인원 추가만 하겠다 하고 올라와 보니 침구를 가져다주셨다.
'침구를 추가하지 않았는데?' 라고 생각하며 카드 내역을 확인하니 막상 카드로 빠져나간 돈은 인원 추가 + 침구 추가 금액이었다.
그냥 침구 추가 해서 쓰지 뭐 라는 생각으로 폰을 끄려다 알게 된 사실.
이상하게 결제된 금액이 딱 하루치의 인원 추가 + 침구 추가 금액이라는 건데, 보통 인원 추가를 하면 1일마다 추가가 되는데 여긴 한 번만 하면 되나보다. 이게 직원의 실수인지 여기 시스템인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히노키 탕은 정말 좋으니 강추한다. 겨울에 오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4. 음식점
이곳의 음식점들은 서로 번갈아가면서 문을 연다. 대체적으로 비슷한 것들을 팔아서 이렇게 운영하는 것도 이곳 상인들에게는 좋은 선택인 것 같다.
여행 가기 전 찾아봤던 음식점들은 저마다 맛있다는 리뷰들과 함께 있어서 여긴 맛집을 찾을 수 있는 것인가 의문이 드는 상태였다.
별수 있나. 직접 먹어봐야지.
4-1. 코보네 맛집 하동 본점 - 참게탕, 은어회, 은어 튀김
우리는 첫날 참게탕과 은어회, 은어튀김을 먹었다. 화개장터에서 먹을지 쌍계사에서 먹을지 한참 고민을 하다 선택한 집은 코보네 맛집 하동 본점이었다.
이곳에 와서 처음 느낀 점은 음식의 간과 맛이 강하지 않다 였는데, 우리는 오히려 그 부분이 꽤 마음에 들었다.
참게탕도 적당한 깊이감이 있었고, 은어회와 은어튀김 둘 다 먹어보고 싶어 반반으로 가능한지 물어봤는데 흔쾌히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 덕에 두 가지 맛을 다 볼 수 있어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여기서 제일 맛있던 음식은 도토리묵이었다. 도토리묵들이 포장되어 진열되어 있길래 얼마인지 물어봤더니 만원이라 하셨다.
우리 집은 도토리묵을 직접 만들어 먹을 정도로 도토리묵을 사랑하는데 이 집의 도토리묵은 감칠맛이 있었다.
도토리의 쓴맛이 거의 빠져 아쉬웠지만 그 아쉬움을 채울 수 있는 무언가의 킥이 있었다. 강추.
4-2. 좋은 세상 식당 - 좋은 세상 정식, 재첩회무침
역시나 여기도 간이 세지 않다. 좋은 세상 정식을 시키면 나오는 재첩국도 깔끔하고, 재첩회무침 또한 양도 많고 맛도 좋았다.
후식으로 석류차를 차갑게 내주셨는데, 맛이 좋아 물어보니 석류청을 팔고 계셨다. 1.5리터에 2만원. 고민 없이 바로 구매해 여행 내내 잘 마셨다. 석류청을 구매하면 바로 담아 진공 포장을 해주신다. 이것도 강추다.
4-3. 쌍계 반점 - 간짜장
맛있다고 했던 사람들. 다 나와.
4-4. 쌍계 수석원 식당 - 즉석 영양찰솥밥, 표고버섯전, 감자전
여기가 우리 기준 원탑이었다. 찰솥밥으로 비빔밥도 해 먹을 수 있었고, 같이 주시는 시래기된장국도 별미였다.
지극히 개인적인 사담으로 우리 엄마는 요리를 아주 잘하신다. 자격증도 여러 개 있고, 무엇보다 손맛이 좋다.
평생 그런 요리사 밑에서 음식을 먹었기에 밖에서 사 먹는 음식들로 입맛을 채우기엔 무리가 있었는데 여기서 엄마 반찬보다 맛있는 것을 찾았다. 그것도 흔히 볼 수 없는 꽈리고추 밀가루찜을.
다들 꽈리고추 밀가루찜을 아는가. 지역 반찬이라 했던 이 반찬을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
솥밥 또한 콩을 안 좋아하는 나로서도 나쁘지 않게 먹을 수 있는 맛이었다. 누룽지에 뜨거운 물을 넣어 만든 숭늉 또한 기가 막혔다.
전들도 맛있다. 감자전은 특이하게 감자를 갈아서 만들지 않고 잘라서 만드는데 감자 자체가 쫀득한지 맛있게 먹었다. 표고버섯전 또한 향도 좋고 바삭해서 만족했다.
이 여행에서 유일하게 연속으로 방문하게 만든 밥집이었다. 또간집이랄까.
4-5. 카페 찻집 단야 - 쌍화탕, 대추 쌍화탕
다식에 이끌려 찾아간 집. 나는 다식을 좋아한다. 특히 송화 다식.
기대했던 다식은 영 아니었지만, 누군가가 사장님께 가져다 준 송편을 같이 주셨는데 그게 맛있었다.
차들의 깊이도 강하지 않아 쌍화탕과 대추 쌍화탕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면 쌍화탕을 추천한다. 차를 다 마시면 녹차도 주신다.
카페를 사랑하는 사장님의 섬세함이 카페 곳곳에 묻어있다.
5. 켄싱턴 리조트 건너편 마을 산책 & 자전거
켄싱턴 리조트에서 아래로 쭉 내려가다 보면 차밭들이 많이 나온다.
차밭들을 구경하다 다리를 건너 반대편으로 넘어가면 또 다른 풍경이 있다.
빨간 지붕이 있는 교회가 있는 마을도 꽤나 산책하기 좋다. 중간중간 탄내도 나서 시골 냄새를 잔뜩 느끼고 돌아왔다.
아, 이 동네는 강아지보다는 고양이가 많다.
자전거가 있다면 자전거 타기 좋은 곳이다. 차들도 별로 없고 자연이 예뻐 자전거를 들고 올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다.
6. 지리산 국립공원 화개탐방 안내소.
지리산 국립공원 레인저 복장들을 무료로 입어 볼 수 있다. 사진도 찍어 주신다.
곰돌이 볼펜도 주셨다. 2층으로 올라가면 야생 곰? 스타 곰인지 곰이 계곡에서 노는 동영상도 볼 수 있다.
최참판댁 근처에서 하기 좋은 것들과 맛집 추천.
1. 최참판댁 - 드라마 촬영 & 가훈 적어주는 할아버지
여기는 드라마 촬영을 정말 많이 한다. 우리가 갔을 때도 tvn 드라마 "해오름달 열이레"를 촬영 중이었다.
9월 7일부터 9월 10일까지 4일간 촬영을 한다 해서 까딱하면 최참판댁을 구경하지 못할 뻔했다만 다행히도 10일까지만 해서 11일에 볼 수 있었다.
만약 최참판댁 한옥 호텔에서 머무를 예정이라면 드라마 촬영을 하는지 미리 체크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여기까지 왔는데 촬영으로 못 보고 오면 조금 짜증 나지 않을까. 관심도 없는 드라마 촬영에 여행 계획이 틀어진다면 그 또한 비극적이지 않는가.
그래도 지나가다 들은 "역모입니다."가 TV에서 방영되어 나오면 꽤 재밌는 추억이 될 듯하다.
최참판댁을 구경하는 일정이 목, 금, 토 중에 잡혀 있다면 최참판댁 안에서 재능 기부하고 계신 명예참판 서예가 할아버지를 만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이분, 가훈이나 덕담을 무료로 적어주는데 그 필력이 장난 아니다. 그리고 적는 내내 묘하게 행복해하시는 게 눈에 보여 기분이 좋다.
2. 토지를 좋아한다면 박경리 문학관
말 그대로 토지를 좋아한다면 와 볼 만한 곳. 안에 들어가면 필사를 할 수 있는 곳도 있어 오랜만에 내 글씨체를 마주하고 올 수 있었다.
3. 최참판댁 한옥 호텔로 가는 두 가지 길
두 갈래 길이 있다. 왼쪽과 오른쪽. 왼쪽으로 가면 최참판댁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상인들을 만날 수 없다.
여기는 마을과 예쁜 자연이 기다리고 있으며 경사가 가파르다. 그럼에도 경치가 좋아 나라면 이쪽을 추천한다.
오른쪽 길은 단숨에 도착할 수 있지만 상인들을 마주해야 한다. 호객이 꽤 적극적이라 그냥 지나치기 쉽지 않다.
4. 가죽나물 튀김
상인들이 판매하는 것들 중 우리가 여러 번 산 건 가죽나물 튀김이었다.
가격은 만원이었고 부모님이 어렸을 때 먹던 간식이었다고 반가워하셨다. 내가 먹어봤을 때도 내 입에 맞아 우리는 추가로 3개 더 구매해 왔다.
우리는 가운데쯤에 계신 아주머니께 샀는데 가장 꼭대기 쪽에서 배를 파는 아주머니께서 우리가 가죽나물 튀김을 들고 있는 걸 보고 자기들 것이 더 맛있다며 약간의 성질 아닌 성질을 부리시는 걸 들었다. 진열된 게 배와 감말랭이만 있어서 몰랐다고 했다가 배 파는데도 바쁘다고 진열을 안 해 두셨다 하셨다. 오. 신박한데?
우리가 사온 곳은 고추장을 쓰시고 배 아주머니는 고춧가루를 쓰신다 하셨다. 원조는 고춧가루라 하셨는데 기회가 되면 다시 사 먹어 봐야겠지. 황금배와 감말랭이를 팔고 계시길래 사 왔는데 배는 그저 그랬고 감말랭이가 맛있었다.
5. 파이 나무 - 배 파이
4개에 7000원. 8개에 14000원. 많이 산다고 가격이 할인되지는 않으나 포장되는 박스가 예뻐진다.
맛도 좋아 선물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
6. 음식점
대체적으로 굉장히 실망한 곳.
여기서 밥을 먹은 곳들은 설명하지 않겠다. 맛집을 추천하고 싶다 하더라도 정말 아무 곳도 없다.
쌍계사쪽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맛.
관광지의 표본. 다시 올 일은 없을 듯하다.
7. 숙소 - 최참판댁 한옥 호텔
우리가 묵은 곳은 안채였다. 남아있는 방이 안채 하나였다.
기준 4인에 최대 8명까지 묵을 수 있는 공간이라 그런지 넓게 빠졌다. 화장실도 2개다. 안에도 적당히 깨끗하다.
보완은 글쎄. 담을 넘으면 모두를 환영할 수 있을 정도로 잠금 기능은 없다. 문에 있는 방충망까지 있었다.
원래 한옥 호텔이란 게 그렇지 않은가라고 넘어가기엔 우리도 꽤 여러 번 한옥 호텔을 이용했던 터라 여기는 여러모로 아쉬웠다.
그래도 딱 하나 좋은 건 역시나 외관이 한옥이라는 것. 사진 찍을 때 잘 나온다.
8. 평사리 부부 소나무
새벽에 걸어가기 좋다. 선선한 날씨에 걷기 딱 좋은 거리.
우리 가족은 원래 걷는 걸 좋아해서 산책을 자주 하는데 여기서는 부부 소나무 위치가 딱이었다. 가는 길에 보이는 감 모양 가로등과 돌로 깎인 배, 평소 새라고는 비둘기, 까치, 참새, 까마귀가 전부였던 서울과 달리 여기는 예쁜 새들도 많이 있다.
후투티였던가. 후드티와 비슷한 이름으로 기억하는 새인데, 걔가 많이 보였다.
인디언의 깃털 같은 모양의 머리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소나무가 있는 곳은 논 한가운데인데 길이 잘 되어 있어 꽤 가까이 갈 수 있다.
이 정도 거리에서 보는 게 제일 예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곳까지는 갈 수 있달까.
근처에 호수도 있다. 딱히 볼 건 없어 보이지만 가는 길에 라일락은 아닌데 라일락과 똑같이 생긴 꽃들이 있어서 향기가 엄청 좋다.
하동 여행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
1. 모기 퇴치 밴드
내 기준 반드시 필요한 건 모기 퇴치 밴드다. 검은 모기가 정말 엄청 많다.
평소에 검은색 옷을 즐겨 입는 사람이라면, 하동에서는 스타일을 바꾸는 것을 추천한다.
검은색 옷을 입으면 모기들이 군단을 이루어 내 친구가 된 것처럼 나와 함께 이동한다.
내 등과 다리, 팔 모든 곳에서. 내가 걸으면 그들도 함께 날고. 내가 멈추면 그들도 함께 멈춘다.
그리고 먹고 싶을 때 내 피를 빨아 먹는다. 예측할 수 없어서 숙소에 돌아오면 서너 개씩 모기 물린 상처만 추가되어 있었다.
산 모기라 아픈 건 또 얼마나 아픈지. 난 처음에 벌에 물린 줄 알았다. 모기 퇴치 밴드는 필수품이다.
2. 100원
하동은 버스가 100원이다. 카드도 되는 것 같았으나 그냥 100원을 들고 가는 게 기분이 좋다. 여행 온 느낌이랄까.
3. 차
여긴 뚜벅이들이 있을 곳이 못 된다. 날씨가 좋다 한들 5시간이 넘는 곳들을 걸어 다닐 수는 없을 터.
버스는 하루에 한두 번 운행하는 것이 전부다. 시간 맞춰 기다리는 데 버스가 안 오면 안 오는 거다. 개인 택시들은 있다. 어플로 잡으면 금방 오긴 한다. 그 대신 1분당 천원이라 생각하면 된다. 운전 면허가 있다면 택시 탈 바에는 렌터카를 이용하는게 가성비다.
4. 구례 or 여수 or 부산
가깝다. 여유가 있다면 한 달 살기로 돌아다니면 딱 좋을 듯.
5. 혹시나 뚜벅이라면 "하동군 대중교통 정보"에서 정류장을 찾아라.
https://hadong-pti.kr/index.php
하동군대중교통정보
구석구석 찾아가기 출발지 현재위치 도착지 원하시는 출발지 또는 도착지의 '선택'버튼을 클릭하여 주세요. → 0회 환승 경로입니다. 환승경로변경 -->
hadong-pti.kr
하루 전체 시간에서 버스가 언제 오는지 나온다. 시간은 5분 정도 앞뒤로 여유를 두고 기다려야 한다.
6. 하동 오일장 날짜.
하동 공설 시장은 매월 끝자리가 2일과 7일이다. 장을 보고 싶다면 이때 맞춰서 오는 걸 추천한다.
공설 시장 안에 있는 찹쌀떡 6개에 오천원인데 맛이 좋다. 항상 여는 것 같은데 당일에 만든 것들만 판매하신단다. 우리가 아는 찹쌀떡보다는 얇은데 맛있다. 너무 달지도 않고 나쁘지 않았다.
공설 시장 근처에 있는 롯데리아가 생각보다 맛집이었는데 튀김을 정말 잘 한다. 처음에 감자튀김 주문했다가 오징어 튀김, 치즈스틱 다 시켜 먹고 나왔다.
생각보다 꽤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왔다.
그래. 세상은 이토록 아름다운 것이었지.
온몸에 모기를 잔뜩 물린 채 돌아왔지만, 간지러움보다 그리움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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