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AI로 집에 산타가 다녀간 것처럼 연출한 친구가 있었다.
산타의 품에 안겨 잠든 아이의 사진을 아이에게 보여주자, 아이는 사실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자기 말로는, 잘 때 산타가 안아주던 그 따스함을 분명히 느꼈다고 했다.
주변 친구들은 그런 아이의 말을 귀여운 거짓말이라며 웃어넘겼다.
그리고 “언제까지 산타를 믿을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사이 나는 문득 생각했다. 정말로 아이가 자는 사이 산타가 다녀간 건 아닐까 하고.
친구들에게 나는 아직도 산타를 믿는다고 말했다.
친구들이 정말이냐며 물었고, 믿기지 않는 다는 웃음과 함께 산타에게 직접 선물을 받아본 적이 있냐고 했다.
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친구들은 엄마 아빠가 크리스마스마다 주던 선물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나는 그게 착한 아이가 될 수 없었던 나를 위해 대신 준비해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가 상처받지 않게 하려고.
왜 그렇게까지 믿느냐, 근거가 뭐냐고 묻기에 다시 답했다.
전 세계에 이렇게나 산타 이야기가 퍼져 있고, 세대와 문화를 넘어 전해지는 존재라면, 단순한 거짓으로만 만들 수는 없지 않겠냐고.
루돌프와 함께 빨간 색 옷을 입고 다니는 흰 머리, 흰 수염의 할아버지.
심드렁해진 대화는 그렇게 다른 주제로 자연스레 흘러갔다.
나는 여전히 생각한다. 산타는 있다고.
내가 선물을 받지 못해서 속상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정말로 산타의 선물이 필요했던 어떤 아이들에게는 분명 기적처럼 선물이 전해졌으리라 믿는다.
세상에는 기적이 필요한 아이들이 이미 너무 많아서, 그 바쁜 산타가 굳이 행복한 나에게까지 오지 않았을 뿐이라고.
산타가 내게 오기 전에, 나는 이미 산타 대신 선물을 건네줄 수 있는 엄마와 아빠가 있었다.
그래서 산타는 나보다 더 절실한 아이들에게 먼저 갔을 거라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나는 그런 산타를 미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렇게 바쁜 산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
그래서 언젠가, 나 또한 누군가에게 산타가 되어주고 싶다.
산타는 있을까?
이 나이가 되어서도 산타를 믿는다고 말하면, 어떤 사람들은 말도 안 된다는 눈으로 나를 본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에게 나는, 아직도 동심에 빠져 사는 철없는 인간이다.
나에게 그는, 산타의 존재도 부정하며 사는 조금은 불쌍한 인간이다.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 걸까.
나는 아직도 종소리를 들으면, 어딘가에서 썰매를 타고 하늘을 지나고 있을 산타를 떠올린다.
눈 내리는 밤하늘 어딘가를 달리고 있을, 여전히 믿고 있는 그 산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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