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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저녁 은행나무를 보다가 내가 생각났다는 친구의 전화에, 가까운 주말 약속을 잡아 서촌에 다녀왔다.
주말이었던 게 문제였을까, 아니면 다음 주부터 추워진다던 날씨 영향이었을까.
서촌에는 사람들이 정말 미어터졌다.
횡단보도를 기다리고 있다가 반대편에 있는 저 수많은 인파들을 보고 있노라 하면 곧 파도처럼 내 쪽으로 쏟아질 것을 생각하며 이쪽으로 가도 되는 걸까 멈칫하게 될 정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근래에 본 적이 있는가.
은행나무의 낙엽보다 사람 머리가 더 많이 돌아다닌다.
무작정 걷기를 선택한 우리는 카페인 수혈이 시급할 때까지 체력을 소진했고, 길을 걸으며 정말 많은 카페들을 만났지만 우리의 자리가 남아있는 것은 볼 수 없었다. 테이크 아웃이라도 해야 되는 걸까. 그러기엔 다리가 너무 아픈데. 이 사람들 다 뭐야.라는 생각과 함께 나 또한 저들에겐 이 사람들이지 않는가. 대학교 때의 추억이 한가득 한 이 거리에서 우리는 또다시 돌고 돌았다.
오랜만에 생각난 부암동 계열사 치킨. 오랜만에 먹어볼까 하고 캐치 테이블을 켠 순간 대기번호 85번을 마주한 우리는 웃음만 나왔다. 이게 맞아? 그때는 점심도, 저녁 시간도 아니었는걸.
 
 
경복궁역에서 내렸으니 경복궁도 가보고, 돌담길도 걸어보고, 은행나무로 유명하다는 고궁 미술관도 가보고, 카페 한가운데 아주 커다란 은행나무가 있다는 카페에도 가보고. 은행나무길이 한눈에 보인다는 횡단보도도 가보았다. 정말 예쁜데. 가는 길마다 정말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평일에 왔어야 했다. 
 

 
 
버스 정류장에 잠시 앉아 핸드폰을 켰다. 무작정 길을 걷는 건 너무 무모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근방에 카페가 이렇게 많은데 정말 우리가 앉을 수 있는 자리는 없는 걸까. 그나마 날씨는 너무나 확실한 가을의 날씨. 다행이었다. 춥거나 덥기라도 했어 봐.
다시 일어나 걸었다. 그러다 발견한 어느 골목 구석에 있는 카페. 사람들이 줄 서있는 것처럼 밖에 뭉쳐있길래 웨이팅인가 봐. 하다가 그냥 들어가나 보자라는 마음으로 들어갔더니 구석에 딱 하나 남은 2명 자리 테이블. 살았다는 생각으로 치즈케이크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2잔을 시켰다. 아마 저들은 사람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노곤 노곤 해진 우리는 더 이상 젊은이들의 체력이 될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차에 기름 넣듯 빠르게 커피를 마셨다.
이 카페 위에 루프탑도 있다던데라는 친구의 말에 잠깐 궁금해져서 한번 올라가 보니 역시나 만석. 그래도 예쁘다.
이제 밥 먹어야 되는데, 찾아볼 엄두가 안 난다. 계열사만 봐도 80팀이라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야. 카페 찾기 전처럼 또다시 이렇게 걸어야 되는 걸까 생각하다 뭐 걸어야지 어쩌겠어라는 마음으로 일어난다.
 

 
 
어느덧 어두워진 하늘이다. 날씨도 꽤 쌀쌀해졌다. 이불처럼 덮는 겉옷을 입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과, 내 옆에 떨고 있는 내 친구를 보니 쟨 너무 얇게 입었구나를 생각한다. 또다시 돌고 돌고. 그러다 대학생 때 한 번 가보고 안 가봤던 밥집이 나왔다. 일단 눈앞에 외국인 두 분이 웨이팅 하고 계시기는 한 것 같은데, 얼마나 기다려야 되는지 묻기 위해 들어가 봤다. 다행히 15분 정도 기다리면 될 것 같다기에 우리도 웨이팅을 걸어두고 다시 근처를 돌았다. 더 괜찮은 밥집이 있을까 하고. 친구는 가정식 밥을 먹고 싶다 했지만 이 근처 가정식집은 이미 만석이다 못해 30팀 웨이팅이다. 결국 다시 돌아오니 마침 우리 차례가 되어 들어가서 주문했다. 그래도 앉을자리가 있다는 게 어디야. 해물떡볶이와 파스타를 주문해서 먹고 나왔다. 
 
 
밥 먹기 전에는 몸이 으슬으슬하더니 밥 먹고 나온 뒤엔 체력이 완충된 것처럼 힘이 나서 그대로 교보문고로 걸어갔다. 나도, 친구도 책을 좋아하기에 우리는 자주 이렇게 서점을 찾아간다.
시집 코너에서 만난 서로의 취향. 내 친구는 이병률 시인을 좋아하고, 나는 기형도 시인을 좋아하고. 우린 정말 서로의 취향이 다르다.
안 그래도 궁금했던 책들이 꽤 있었는데 꽤나 많은 책들을 훑어볼 수 있었다. 좋은 시간이었다.
그러다 만난 크리스마스 카드 코너.
벌써 크리스마스 준비를 하는구나라는 생각으로 둘러봤더니, 글쎄 카드 한 장에 9800원? 이게 요즘 물가인가. 놀라움에 그 옆에 소리 나는 카드를 들어봤다. 28000원. ㅋ. 뭐야 이게. 
그래도 그 사이 숨겨진 예쁜 크리스마스 카드들을 발견했다. 앞전에 너무 놀랄 만한 가격을 봐서 그런지 이 정도면 적당한 가격이겠단 생각까지 들었다. 마음에 드는 카드로 골라 연말에 서로 써주기로 하고 나머지 지인들의 카드들을 고르고 집으로 돌아왔다.
 

 


 
 
은행나무를 보다가 나를 생각해 주는 친구.
난 사실 이 말을 듣고 놀랐다. 왜 생각났지, 내가. 언젠가 우리가 함께 본 적이 있나.
뭐가 되었든 참 감사하다.
그 친구에게 나라는 존재는 어떤 느낌인 걸 까라는 생각에 잠시 관계에 대한 생각을 해보았다.
 
 
 
시간이 흐르고 관계에서도 소홀해지는 요즘,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어쩌면 누군가의 잘못도 아닌 채, 단지 서로의 시간이 맞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헤어진다.  
학창 시절엔 죽도록 싸워도 떡볶이 한 그릇이면 가까워졌는데 이제는 그 흔한 감정의 소모도 없이 친하던 관계가 끝난다.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아서 잡아도 봤다. 왜 이렇게 끝나냐고. 그럼에도 끝은 정해져 있는 거더라. 
양말에 구멍 난 부분을 꿰맨다고 다시 원래처럼 튼튼해지지 않는 것처럼, 언젠가는 다시 구멍이 나고 결국엔 버려야 한다.
내가 아무리 아낀다 해도 말이다. 더 헐지 않도록 소중한 곳에 두어 내 딴에는 잘해 놓은 게 상대방에겐 방치로 느껴질 수 있는 게, 그게 관계였다. 나는 무얼 놓친 걸까. 내게 부족한 감정은 무엇일까.
나는 두렵다. 영원히 혼자로 세상을 살아야 될 것을 두려워하는 건 아니다. 혼자가 뭐 어때서.
단지, 뭐랄까. 나의 문제를 모르고 죽는 게 무섭다. 남이 보는 나의 단점. 어쩌면 그게 너무 커서 나를 보기 싫어하는 걸 수도 있지 않은가.
 
 
 
나는 나를 모른다. 
어렸을 때는 자신감이 넘쳤다. 나와 친구 하면 친구 100명을 사귀는 거와 같은 기분 아닌가. 축복이다. 
정말 이 생각으로 세상을 살았다. 무슨 자신감이었을까. 어렸다. 어렸기에 할 수 있던 생각이었다. 이제는 남아있는 내 친구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왜 나와 친구를 하는 것일까. 그저 오래 봤기에 우리의 관계가 유지되는 것인가. 
 
 
 
참 특이하다. 
복잡한 것 같으면서 복잡하지 않다. 나이가 들면서 생각하는 모습들이 아마도 내가 엄마 아빠에게 그러지 좀 말라고 이야기했던 부분인 것 같다. 작아진다. 작아질 필요가 없는데 작아진다. 어렸을 때는 이 감정, 이 기분을 알 수 없었다. 왜 그때는 모르고 지금은 알게 될까. 내가 나이가 들고 있다는 걸 얼굴의 주름보다, 흰머리보다 이놈의 감정으로 알게 된다. 그게 참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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