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낮 10시 반에 엄마와 함께 영화를 보고 왔다.
엄마는 유독 로마가 배경인 영화들을 좋아한다.
가족여행으로 다녀왔던 로마 여행에서도 제일 설레 보였던 것은 아마도 엄마 아빠 젊었을 적 보았던 영화들의 이유가 크지 않을 까를 생각한다. 특히나 콜로세움 앞에서의 부모님의 얼굴은 그때의 여행에서 통틀어 제일 행복해 보였던 순간으로 기억된다. 사담이지만 부모님과 로마여행을 간다면 벤츠투어를 추천한다. 다리도 안아프고 곳곳을 둘러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혹시나 부모님이 음식이 입에 안 맞아하신다면 길거리에서 파는 군밤과 생과일 컵을 보일 때마다 사두는 것도 추천한다. 안 맛있을 수가 없다.

요즘 나와있는 영화들이 엄청나게 다양한데, 그 많은 영화들 사이에서 콕 찝어 이 영화를 보고 싶다 하신 것도 참 귀여웠다.
잔인한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엄마가 이 영화를 선택한 부분에서 난 조금 놀라웠다.
하지만 더 놀라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ㅎㅎㅎ
이상하게 누군가가 칼에 베일 때마다 엄마가 과자를 먹는 게 아닌가. 나중에 물어보니 피가 나오는 게 너무 싫어서 아래를 보다가, 그저 아래에 있던 과자를 보고 손이 간 것이었다. 그게 계속되니 그 타이밍 때마다 과자를 드신 것인데 전후 사정을 모르는 내 입장에선 약간 무서웠다.ㅋㅋ
영화가 3시간이라 하길래 혹시나 입이 구준할까 싶어 가져갔던 과자에서 나홀로 오싹함을 느껴버린 것이다.
그렇게 오싹 오싹거리고 있는데 옆에서 자꾸 밝은 핸드폰 화면이 빛을 내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영화를 선택한 연령층들은 대체적으로 엄마 아빠 나이 때였는데 우리 바로 옆에 앉아 계신 분들은 무려 3시간을 내내 핸드폰을 켜두었다. 나중엔 무얼 하는지 궁금해서 봤다가 엄마와 나는 그냥 영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유는 바로 게임을 하시고 계셨기 때문인데. ㅎㅎ 그 옆에 분은 화면이 너무 밝아서 도저히 뭘 하고 계신 건지도 못 봤다. 우리 동네 영화관은 전부다 리클라이너관으로 바뀌어서 이제는 앞사람이 핸드폰해도 상관없겠다 싶었는데 오늘로써 옆사람은 해결이 안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 모든 일들이 있었지만 영화가 생각보다 너무 재밌어서 다행히 그 모든 상황을 뒤로 하고 영화에 몰입돼서 보고 나왔다. 정말 별생각 없이 봤는데 내가 제일 재밌게 본 것 같았다. 엄마는 1편이 더 재밌다면서 나중에 한번 봐보라 하셨다.
아마도 난 1편도 찾아 볼 것 같다. 어쩌면 로마에 대해서도 흥미가 좀 생긴 것 같다. 영화를 다 보고 나오니 아빠가 생각났다. 아빠도 아마 엄청 좋아할 텐데 이제 거의 막을 내리고 있는지 예매할 시간대가 좀처럼 맞지 않았다.
퓨리라도 재개봉한다 해서 아쉽지만 그거라도 예매해둘까 싶다.
내가 엄마, 아빠 나이가 되었을 때, 나의 젊었을 때를 생각하며 기억할 영화들이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지금의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은 나 홀로 집에 시리즈, 해리포터 시리즈, 폴라익스프레스 같은 산타가 나오는 영화들인데 먼 훗날 아직까지는 존재의 유무도 확인할 수 없는 나의 아이들에게 이 영화들을 추천해 준다면 과연 오늘날 내가 엄마, 아빠한테 추천을 받았을 때 느꼈던 "멋"을 보일 수 있을까.
결부터가 다르니 난 아무래도 초등학생 때쯤 같이 보는 걸로 노선을 선택해야겠다. 그때라면 과연 최고의 선택일 듯하다.
고전 영화들은 대체로 나에겐 흑백 영화들로 기억된다. 어렸을 적에 학교 음악시간에 틀어주던 고전 영화들을 기억하는가. 그때 당시 수업이 끝난 후 자투리 시간에 보여주던 거라 짧으면 10분, 길면 20분쯤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별로 재미도 없었을 내용들이 더욱 재밌게 다가왔던 기억이 있다. 감칠맛 같은 흑백 영화들이었다. 그때 이후로는 다시 찾아보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고전 영화들을 찾아서 봐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재밌는 고전영화 하나 찾아서 나중에 내 아이에게 소개해주는 것도 꽤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달까. 왜인지 "멋"에 집착하는 나일까 싶기도 했다.
이렇게 집착하는 모습에서 보았을 때 나는 나의 아이들에게 더도 말고 우리 부모님 같은 부모가 되고 싶다. 그렇게 되면 내 자식들도 꽤나 행복하게 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더 열심히 살아야지. 그래서 우리 가족이 더, 더 행복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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