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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눈이 자꾸 나빠지는 것 같아 문득 그런 생각을 해봤다.

만약 태어날 때부터 내 눈이 언제까지 사용 가능한지가 정해져 있게 태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갑작스러운 사고라도 나지 않는 경우 외에 내가 볼 수 있는 시간의 유효기간. 태어난 시간부터의 기준으로 죽을 때까지 눈을 뜨고 있는 시간이 제한되는 그런 생각! 


우선 태어났을 때 부터 생각을 해보자.

나의 아이가 과연 얼마나 세상을 보고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아마도 손가락, 발가락 개수보다 먼저 확인하는 상황이 올 것 같다. 타인에 비해 기간이 짧을 수도, 길 수도 있는 눈의 유효기간이기에 병원에선 이 시간에 따라 축하의 말도, 유감의 말도 전할 것이다.

그리고 그 기간이 길든 적든, 부모의 얼굴을 아주 잠깐 보여주고, 아이의 눈을 곧장 검은 천으로 가리고 신생아실로 옮겨둘 것이다. 아기의 입장에선 지금은 굳이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없는 시간일 테니.

 

여기서 추가로 생각할 수 있는 관점은 두 가지가 있다. 지금처럼 안구 이식이 안 되는 세상과,  현대의학이 발달해서 안구 이식이 가능한 세상.

 

전자의 안구 이식이 가능하지 않은 세상을 산다면, 세상사람들은 모두가 이미 눈을 감고 생활하는 습관이 들어져 있을 것이다. 눈이 필요한 직업들은 다른 직업에 비해 연봉이 하늘을 치솟는다. 세상에 태어날 때 유독 눈의 수명이 길었던 사람들이 이 자리를 꽤 차고 있다. 돈에 대한 욕심 때문에 평범한 눈의 수명을 가진 사람들도 제법 이 일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다른 직업에 비해 눈의 수명이 끝났을 경우 보상해 주는 케어 서비스도 잘 돼있기에 일하는 사람이 부족하진 않다.

계획적인 사람들은 자신이 오늘 하루동안 어느 정도의 시간 동안 세상을 볼 수 있는지 워치로 알림을 작동시켜 둔다. 일정한 시간 이상 사용이 되면 경고음 또한 들려 나온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족들에서 전해져 오는 경험과, 주변의 환경에 따른 자신만의 관심의 기여에 따라 무엇을 볼지 무엇을 포기할지를 결정한다. 안타깝게도 태어날 때부터 버려지거나, 어렸을 때 부모의 손에서 크지 못하는 아이들에겐 이러한 지식이 부족하다. 아무래도 보육원이나 관리 센터에선 부모의  사랑보단 더 관대한 제한을 둘 테니 말이다.

 

눈의 수명은 돈이 많은 부자에게도, 돈이 없는 거지에게도 공평하게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은 다르게 살 것이다. 부자들은 과정에서 필요한 확인은 타인의 눈의 수명을 사서 해결하고, 오로지 결과에서만 자신의 눈으로 확인한다. 아무래도 돈이 있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눈의 수명을 절약할 수 있다. 

눈의 수명이 유전적인 이유일 수도 있기에, 결혼하기 전에 자신들의 유효기간이 어느 정도였는지 필수로 물어본다. 이미 그들은 연애를 시작할 때부터 이 부분에 대해 알고 시작한 경우도 있다. 누가 봐도 낮은 유효기간인 사람들은 어쩌면 그들끼리의 세상을 살 수도 있다. 오히려 남들보다 더 많이 내적 된 경험치를 통해 행복하게 살수도 있다. 오디오 북을 출판하여 떼돈을 벌 수도 있다랄까. 아, 이 세상엔 더 이상 책을 눈으로 읽는 사람들은 거의 없어졌다. 허세로도 보일지 모르는 행동이기에 오디오 북으로 만들어져있지 않은 책들로만 어쩌다 가끔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기 위해, 맛있는 음식을 기억하기 위해, 여행 간 공간에서의 추억을 위해, 학교의 입학식이나 졸업식같이 새로운 시작을 위해, 마지막의 끝맺음을 위해, 계절의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등등. 다양한 이유로 자신에게 남은 눈의 유효기간을 사용한다. 예전 시대에는 사람들이 자기 전에 핸드폰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는데 이제는 사치 중에 사치적인 행동일 뿐이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사진을 많이 찍어 둔다는 것. 몇몇의 사람들은 눈의 유효기간이 거의 남지 않았을 때 그동안 찍어뒀던 사진을 본다. 앞으로 더 이상 못 볼 자신을 위해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순간을 마지막으로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또 몇몇은 이제 곧 수명이 끝나가는 입장에서 아직 눈의 수명이 남아있을 때 그동안 찍어 뒀던 사진을 본다. 그리웠을 추억들이나, 좋았던 기억이 담긴 사진들을 보며 자신의 마지막 남은 시간들을 정리한다. 물론 동영상 또한 남겨두는 사람들이 있지만 제대로 찍혀 있는 것은 드물다. 처음과 끝만 확인하였기에 중간에 카메라가 움직였다면 그 상태로 찍혀있기 때문이다. 시간도 여유롭지 않다.

 

아,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에겐 형벌이 더 가혹해졌다. 형이 정해지면 하루 9시간의 시간은 반드시 눈을 뜨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칫 유효기간이 적은 사람이라면 교도소에서 유효기간을 다 쓰고 나오는 경우도 존재했다. 아무래도 세상이 변하다 보니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사람들이 시위를 통해 주장했던 내용인데, 범죄자들의 인권을 참작해 교도소 내부에서 하루 9시간의 사회봉사를 하는 것으로 타협을 보았다. 이 시위를 통해 재정된 법은 세상에 이득이 되긴 했다. 예비 범죄자들에게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최소한 한 번의 브레이크가 존재하게 된 것이다. 교도소 내에서 9시간의 사회봉사를 한다 해서 형벌에서 차감되는 방식도 아니라 범죄율은 감소했고, 재범률 또한 더 낮아졌다. 나쁘지 않은 결과다.

 

후자인 안구 이식이 가능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굉장히 부정적인 생각들로만 가득 차오르는 상황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아마도 역시나 이미 눈을 감고 사는 세상에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자들과 범죄자들은 다르다.

한 생명이 탄생하는 소중한 순간, 부모들은 아이의 눈의 유효기간을 의사보다, 간호사보다 빠르게 확인하고자 원할 것이다. "부디 적지도 많지도 않은 평범한 기간이여라."라고 기도하면서 말이다.

 

아이의 눈의 유효기간이 긴 경우, 수많은 곳에서 부모의 핸드폰으로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전화가 온다. 사람들은 당장 그 눈을 사고 싶다는 말들 뿐, 아이의 건강엔 관심이 없다. 아이의 눈 수명은 누구나 노릴 수밖에 없는 빨간 문신 같은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병원들은 태어난 모든 아이들의 눈 유효기간을 태어나자마자 스폰받고 있는 비밀리스트에 업데이트시켜 둔다. 국가는 이러한 문제들 속에서 산모가 충분한 회복을 할 수 있도록 1년 정도의 안전 가옥을 제공한다. 하지만 1년이란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그럼에도 그나마 괜찮은 건 아이의 눈이 아직 작기에 완벽한 타깃이 되지는 않는다.

 

사람의 안구도 크기가 맞아야 이식을 해도 이질감이 없기에 보통은 연령대가 비슷한 사람의 안구를 많이 선호한다. 이런 경우 때문에 현재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범죄가 바로 납치와 유괴이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태어나자마자 눈의 수명도 아껴야 하는 이 시기에 범죄에서도 안전하지 않다. 성인의 경우는 납치나 유괴 이후 안구만 적출되고 살아서 돌아오는 경우가 있지만, 아이들의 경우는 실종으로 넘어간다. 보통 더 이상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을 정도로 성장한 아이들이 이 경우에 해당하는데 눈을 가리고 필요한 연령대가 될 때까지 키워졌다가 안구 적출 후 버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가에서 운영되는 안구센터도 있다. 갑작스러운 사고나, 죽기 전 아직 수명이 남은 눈들을 저장, 혹은 기증받아 따로 관리하는 센터이다. 보통은 가족들에게 이식이 되는 경우도 많지만 자신들의 눈에 아직 유효기간이 남아있을 때, 안구관리 비용을 내고 최대 5년까지 안구센터에 안구를 저장해 둘 수 있다. 기증되어 있는 안구일 경우는 대기를 통해 이식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비용도 들지만, 기증된 안구의 수에 비해 대기 번호가 워낙 길어서 대기자로 걸어둔 상태였다가 사망했을 경우 자식에 한해서 대신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렇게 부정적인 생각들만 한 가득이지만, 오히려 긍정적인 생각도 할 수 있는 시대다.

안구이식이 가능하다는 의학의 발전은 동물의 눈에서도 유전자 변형을 통해 안구를 만들어 내거나 이식시킬 수 있는 세상이 되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오히려 외형적으로 안구를 선택해서 교체하는 상황도 올 수 있다.

 

"오드아이가 되고 싶다면 역시 여기! 500가지가 넘는 색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라는 광고와 함께 안구쇼핑센터가 세워졌다. 더 이상 이 세상엔 시각장애인이 존재하지 않는다. 의학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안구의 비용은 누구나 쉽게 살 수 있는 금액대로 떨여졌으며, 그마저도 과열화 되어있다. 이미 안구이식 수술 또한 단순화되어 센터에서 구매한 안구를 그 자리에서 교체가 가능하며, 내년부턴 개인이 직접 교체 가능하게 될 것이라는 찌라시도 돌고 있다. 이제는 안구를 들고 다니면서 시력에 따라 빛에 따라 바꿔 끼울 수 있는 상황이 온 것이다. 더 이상 안경과 선글라스, 렌즈들은 사용되지 않는다. 아주 극 소수의 어떤 이들은 아직도 안경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단순히 클래식한 분위기를 좋아하거나, 안경을 쓴 자신의 얼굴이 마음에 들었을 뿐이다.


생각보다 재밌는 상상의 시간이었다. 상황에 따라 더 생각해 보면 끝도 없을 것 같아서 중간중간 그만 멈췄던 것 같다.

마지막에 생각해 본 긍정적인 미래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더 이상 이 세상인 시각장애인이 존재하지 않는다."인 것 같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즐겁고 행복한 세상을 살아가길 바라며 오늘의 상상은 여기까지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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