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콘솔 광고 추가가
728x90
반응형

빨간 날들의 향연을 지나 5월 7일이 되었다. 화창한 하늘을 보니 오늘 하루도 기분 좋은 하루가 될 것이라는 알 수 없는 확신이 드는 그런 좋은 하루였다.  
5월 7일, 그날은 친구를 만나 함께 클래식을 들으러 가기로 한 날이었다.
 
다들 클래식을 좋아하는가? 아마도 내가 처음 클래식에 접했을 때의 나이가 중학생 때였을 것이다. 학교 숙제로 클래식 듣고 오기가 있었던 것 같았는데, 친구 중 한 명이 예술의 전당에서 일하고 계신 분을 알고 있어서 그 덕에 좌석까지 업그레이드되어 볼 수 있게 된 좋은 기회가 있었다.
좌석도 좋았고, 클래식도 너무 좋았지만, 친구들은 나와 달랐나 보다. 너무 어렸던 나이가 문제였던 걸까. 우리는 인터미션 때 나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더 이상 들어가지 않았다. 내 입장에서는 참 아쉬웠던 기억이다. 친구들이 싫다 하니 나도 싫다 했던 그때, 사실 난 너무 좋았었으니. 그래도 그때는 친구들이 제일 좋았던 나이였다. 그 아쉬움이 얼마나 컸는지 아직도 그날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내 머릿속에 중학교 때 기억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날만큼은 선명하다. 내가 의자에 겉옷을 어떻게 벗어두었는지도 기억이 날 정도니까..
 
어쨌든 나는 그 이후로, 내가 클래식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클래식을 들으러 자주 왔다. 어느 날 혼자 왔을 땐, 무슨 음악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잠이 솔솔 와서 잠깐 당황스러웠었다. 그 정도로 음악 소리가 감미로웠던 것일까.
종종 클래식 공연 후기에서 누군가 박수를 쳐서 사람을 깨운다거나, 지휘자가 코를 고는 소리를 듣고 골탕을 주기 위해 북을 치게 한다거나의 상황들을 읽을 때마다 설마 그런 거에 놀랄까 했는데, 막상 내게 졸음이 오니 무슨 말인지 확 체감이 되었다. 그 이후로는 공연을 오기 전 날 잠을 충분히 자고 온다. 효과는 꽤 있는 것 같다. 
박스석을 예매해 본 적이 있는가? 나로서는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툭 튀어나와 있는 공간이 주는 매력이란, 가봐야 안다. 공연하는 모두가 유독 잘 보인다. 2층이라 전체적인 시야도 아주 좋다. 하지만 그 특유의 장점을 나만 알고 있는 것이 아니듯. 경쟁률에 치여 예매하기 너무 어렵다. 그래서 찾게 된 두 번째 마음에 드는 자리. 아마도 예술의 전당에서 오케스트라를 들으러 갈 때마다 거의 동일한 자리를 예매하는 것 같다. 이 자리 역시 모두가 다 보이는 자리라 마음에 든다. 피아노 치는 연주자분의 손가락까지 잘 보이는 자리랄까. 
아, 천당석이라고 들어봤는가.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천당석이라고 불리는 거의 꼭대기에 있는 자리가 있다. 왜 천당석인가 궁금해서 예매해 본 적이 있었는데 거긴 정말 무섭고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혹시라도 그럴 일은 없겠지만 헛디디기라도 하면 까딱하다간 진짜 천당에 가겠더라. 계단을 무서워하는 나로서는 그날 이후로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내가 이렇게나 좋아라 하니 우리 가족 역시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올타쿠나 하고 가족 모두의 마음을 이참에 사로잡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봤던 공연이 이무지치와 한경 필하모닉 공연이었다. 다행히도 가족들 모두 그때 이후로 클래식에 대한 좋은 감정이 들었는지 우리는 공통된 취미를 얻었다. 
 
친구들은 고맙게도 내가 클래식을 좋아한다는 것을 잊지 않고 좋을 것 같은 공연이 보이면 나에게 연락을 준다. 덕분에 굳이 내가 찾아서 볼 필요가 없다. 이번에는 무려 1+1 이벤트를 한다며 정보를 물고 온 친구덕에 우리 가족들에게도 득템의 소식을 전할 수 있었다. 우리는 위치만 다르게 같은 날 함께 자리했다. 나는 내 친구와, 우리 가족은 다른 곳에.
이번 디즈니 & 픽사 OST 공연은 중간중간 뮤지컬도 함께 했는데 남자분, 여자분 모두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그들은 아마도? 언제나처럼 남다른 위트로 사람들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했다. 그래서였을까. 이번 공연에서는 박수를 꽤 많이 쳤다. 남자분은 톰과 제리의 제리 느낌이었다면, 여자분은 숲 속에 사는 요정 같은 분위기였는데 특히나 남자분이 알라딘 노래를 부르실 때는 정말로 동화 속으로 빠진 기분을 느꼈다.
이번 공연으로 가장 크게 흥미를 갖게 된 부분은 색소폰이었다. 우리 집에는 아빠가 색소폰을 불고 싶다 하셨던 적이 있어서 색소폰이 있다. 집에 있던 그 악기가 저런 소리를 낸다는 것은 참 새로웠다. 예전에 학교 다닐 때 취미로 플룻을 꽤 오래 배웠던 적이 있어서, 색소폰을 만났을 때 허풍을 치며 불어봤다가 큰코다쳤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생각보다 폐활량이 엄청나게 필요했던 악기로 기억하는데, 그만큼 공간을 감싸는 그 풍성함을 바로 이 공연에서 처음 느꼈다. 아빠가 저 정도까지 불려면 어느 정도의 연습이 필요할 까 싶다가 이참에 내가 배워볼까도 생각해 본 하루였다.
 
오케스트라를 들으러 가면 항상 내 시선을 사로잡는 한분 혹은 두 분이 존재감을 뿜으며 그곳에 자리하고 계신다. 가장 뒤에서 북도 치고, 실로폰도 치고, 뭔가 아주 분주하신 분. 박스석에 앉아서 이분들만 봐도 순식간에 공연이 끝나있다. 나중에 찾아보니 타악기(퍼커션) 연주자라 하시던데, 여러모로 참 대단하신 것 같다. 저 정박을 어떻게 저렇게 흔들리지 않고 찾을 수 있을 까도 싶다가, 얼마나 많은 악보를 볼 줄 아는 것일까 싶다가도, 저 순서들은 어떻게 기억하고 바로바로 들어오는 걸까 싶달까? 말 그대로 멋지다. 만약 오케스트라에서 이런 타악기 연주자가 없다면 아마도 풍성함이 배는 줄 것 같다. 물론 각자의 공간에서 소리 내는 악기들은 모두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나에게 음악회는 언제나 즐거웠지만 갈 때마다 내 귀를 사로잡는 악기들은 항상 달랐던 것 같다. 어떤 날은 첼로가 되기도 하고, 어떤 날은 바이올린, 어떤 날은 피아노, 이번에는 색소폰. 그 와중에 늘 한결같이 관심이 갖던 게 타악기 연주자인 것 같다. 
 
인생이 하나의 오케스트라라면 나는 무슨 악기를 다루고 있을까.
이번 생은 잘 모르겠지만, 다음 생이든, 이번 생에서 남은 생을 다 모아서라도 나는 타악기 연주자가 되고 싶은데 이제는 욕심일까 싶다. 어렸을 때는 모든 게 그냥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제는 모든 것이 왜 이리 무겁게 다가오는지.
엄마 아빠는 도대체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걸까? 다시 봐도 대단한 것 같다.
부모님은 과연 어떤 악기를 다루고 싶으셨을까? 꿈은 이루었나 궁금하다.  
 

728x90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