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부모님의 결정에 따라 우리 집은 인테리어 공사를 계약하고 2주 남은 시점부터 집청소를 시작했다.
누군가가 스트레스 받아서 죽고 싶을 때 인테리어를 하면 된다 했던가. 헛소리가 아니었다는 듯이 우리는 하루 하루 시들고 있다.
분명 지인의 소개로 알게된 인테리어 집이었는데, 역시나 나의 지인은 아니었기에 아쉽게도, 당연하게도 그들은 남이었다.
여름이 오기 전 전체 샷시교체와, 집의 절반이상을 인테리어 및 수리를 하기로 결정 했다. 이렇게 대공사일 줄 처음엔 몰랐다.
생각보다 해야 될 것들이 꽤 많았다. 샷시 선택, 인테리어 스타일 결정, 디자인 확인, 도안 확인, 시공 순서 일정 짜기, 엘리베이터 사용 각서, 필요 없는 가구 처리, 인터폰 교체, 몰딩유무 등등. 해야 할 건 많았고 집에는 사람이 없었다. 줄자와 친해질 수 있었던 기간이었다.
우리 집은 생각보다 짐이 없다.
가족 구성원은 4명인데 2명은 정리하는 걸 너무나 좋아하고, 2명은 다 쓸데가 있다는 생각으로 버리는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집안의 실세는 한 분이시고, 그 덕에 짐이 생길 틈이 없다. 생긴다 하더라도 결국은 정리될 뿐이다.
이전에 서재방에 배관누수로 곰팡이가 핀 적이 있었는데, 우리는 곰팡이를 발견한 김에 서재에 있는 책들을 정리를 했었다.
무려 차로 두 번을 가득 실어서 이동시켜야 할 정도로 많은 책들을 한 번에 버렸는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 중 몰랐어야 덜 슬펐을 소식 하나가 아빠가 가지고 있던 많고 많은 고전소설 책들도 그때 다 버렸다는 것이었다. 그때는 이미 허리가 나갈 정도로 지친 몸상태였기에 나중에는 손에 잡히는 모든 것들을 확인도 안 하고 묶어두었다. 거기부터 아빠의 책들은 내손에서 떠나버렸던 것이다. 어느 날 아빠가 내가 산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보고 말씀하셨다. "어! 그 책 우리 버린 건데?" 그때 직감했다. 아마도 앞으로 살 책들 또한 아빠가 버린 책들에 속할 것이라는 것을.
어쨌든 그 당시 서재 책들을 버리려고 거실에 쌓아두었다가 이왕에 정리하는 거 방에 있는 책들도 정리하자는 말을 시작으로 대대적인 집안 대청소가 시작되었었다. 아마도 다른 집에서 우리 집을 봤을 때, 이사를 가는 줄 알았을 수도 있다.
나는 그때 이젠 털어도 더 이상 먼지하나 나올 게 없을 것이다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또다시 집안의 곳곳에 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으면 이제 버려야 한다는 말을 기준으로.
우리는 이젤도, 목재 책상도, 목재 식탁도, 베란다에 있던 피아노도 전부 버리기 시작했다. 선물 받은 도자기들도 정리 대상이었다. 왜 있는지 모르는 타일들도. 그래도 식탁의 경우 상태가 좋아 당근에 올려두니 적십자였나 어디선가 가져가기로 연락이 왔다.
이참에 그릇들도 정리하기로 했다. 쓰던 것들을 버리고 선물 받았던 그릇들로 교체하기로 정해졌다. 도자기를 버릴 때는 자루를 구매해야 한다. 6000원이었지만 아저씨가 일일이 망치로 하나하나 다 깨야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수고스러움에 잔돈을 받을 수 없어 만원을 냈다. 옷들도 버리기 시작했다. 겨울 옷, 여름 옷 말할 것 없이 올해 입지 않았다면 파란 봉지안으로 들어갔다.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눈앞에 봉지 개수가 쌓여 있었다. 진짜 이게 맞나? 하루하루 허리가 나갈 것 같다. 그래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피아노를 버릴 때는 5만 원의 수고비를 내면 수거해 가시는 업체가 따로 있다. 레쓰비와 현금 5만 원을 함께 준비해 두었다.
관리사무소에 처음 가봤다. 1층에는 노인정도 있었는데 지하에는 탁구실도 있다 한다. 예전에 아빠랑 탁구를 한번 치러 갔던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한 희미한 기억이 희미하게 사라졌다. 추억을 회상하기엔 할 게 너무 많았다. 승강기를 사용하기 위해 보증금 10만 원을 내고 5일 이상 사용하는 날짜를 추가로 원금 + 추가금의 돈을 입금시키고 왔다. 엘리베이터에 승강기 사용료가 인상됐다는 안내문을 봤을 때 "이런 것도 있었네."하고 넘겼던 부분에서 인상된 그 돈을 내야 되는 대상자로 바뀐 날이었다. 세대 내부 공사 신고서와, 혹시 모를 민원 방지를 위해 5세대 이상의 공사 동의를 구한 공사 동의서도 함께 제출하였다. 승강기 사용 각서도 제출해야 승강기에 보양재를 붙여준다.
인터폰을 교체할 때는 선택지가 3개정도 있다.
1. 인테리어 업체, 2. 관리사무소와 연계된 업체, 3. 인터넷 구매.
그중 가장 싼 곳을 선택하면 되는데, 동일한 모델인데도 불구하고 가격이 80, 40, 30이 되는 것을 보고 정신 바짝 차려야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도 지인 찬스라 생각했던 신뢰도가 그때부터 약간 흔들렸던 것 같다. 80은 너무 부른 것 아닌가.
인터넷으로 구매 할 때는 1층 로비와 연결이 되면서, 현재 집에 있는 모델과 호환이 되는 모델을 찾아야 한다. 1층 로비에 설치되어 있는 모델 브랜드와 동일해야 호환이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업체들 모두 동일한 브랜드의 3,4가지 모델들을 보여줬었다. 기능이 많을수록 가격 또한 올라갔지만, 적당히 필요한 모델을 선택했다.
인테리어 공사 기간 동안 마실 수 있는 음료수들도 구매를 해두었다. 아무래도 여름은 아니라 더위에 지칠 리 없지만 그래도 소소하게나 힘내시라는 마음으로.
주변에서 인테리어 공사한다 하니 아침, 저녁으로 꼭 확인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꼼꼼히 보지 않으면 어떻게 해둘지 모른다는 말이었다. 사실 꼼꼼히 본다 해도 내가 잘 돼 가는지 잘 안 돼 가는지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일반인의 눈으로 과연 그걸 알아챌 수 있는 것인가. 그럼에도 항상 이런 이야기가 오고 가는 것을 보면 일반인의 눈으로도 확인이 될 정도로 처참한 상태를 목격한 사람들이 있기에 하는 소리겠지?
한 편으로는 걱정되고, 다른 한 편으로는 기대가 된다.
무엇보다 집안의 평화가 절실하다.

'자유 일기장 > 오늘의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의 일기 ) 예술의 전당 디즈니 & 픽사 OST 콘서트를 보고 왔다. (2) | 2025.05.12 |
---|---|
오늘의 일기 ) 연속으로 이틀동안 똥 밟은 건에 대하여. (2) | 2025.04.24 |
오늘의 일기 ) 봄이 또 왔나보다. (0) | 2025.04.17 |
1월 1일 우리 가족 루틴.(point. 우동) (2) | 2025.01.03 |
오늘의 일기 ) 2025년의 새해가 다가오고 있다. (2) | 2024.1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