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문득 나만의 하늘을 생각을 해봤다.
별들이 많은 하늘도 아니고, 분홍빛 노을의 색깔을 머금고 있는 구름들이 잔뜩 채워져 있는 하늘도 아니고,
안개가 한가득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습한 하늘도 아니고, 차가운 파란색이 가득한 새벽의 하늘도 아닌
누구도 못 보았을 나만의 하늘을 생각해 봤다.
사람들은 처음엔 자기가 보았던 하늘 중 가장 마음에 든 하늘을 담을 것이다.
또 누군가는 자기가 보고 싶었던 하늘을 생각해 낼 것이다.
그러다가 어떤 사람은 검은 색 하늘만 바라보고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어느덧 자신의 하늘만을 보고 사는 게 익숙해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그 다음은?
우선 가장 먼저 생각될 부분은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의 하늘을 궁금해질 것이다.
그렇게 하늘들을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이 생길지도 모르지.
그러다가 인기쟁이 하늘을 가진 사람들이 어디선가 등장해서 저작권을 요구할지도 몰라.
커스텀 된 하늘을 팔기도 할 수 있겠다.
하늘 장인은 과연 몇 살일까?
많은 하늘을 보고 살았을 나이 든 노인일 수도 있겠지만, 상상력이 가득한 어린아이들 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또 장르를 생각 안 해볼 수 없지.
기본 하늘, 판타지적인 하늘, 계절감을 담은 하늘, 알록달록한 색깔이 있는 하늘, 전혀 본 적도 없는 예술적인 하늘,
어떤 사람들은 모든 것을 하늘에 담고 싶어 질지도 모르겠다.
그럼 가장 인기 있는 장르의 하늘은 무엇일까?
텔레비전에서 12월 마지막주에 올해의 인기 하늘을 발표할지도 모른다.
아마 어플 같은 것도 만들어져서 이달의 하늘 고르기 같은 투표도 할 수도 있겠다.
장소를 이동할 때 사람들은 특색 있는 하늘을 찾아갈 수도 있겠다. 맛있는 음식, 맛 좋은 커피 그런 걸 찾으러 가는 게 아니라
오늘은 이런 하늘이 보고 싶어, 오늘은 저런 하늘? 물론 내 하늘로 꾸밀 수도 있겠지만, 장소에 따라 딱 그 하늘이 어울 릴 수도 있잖아.
아마 전시관에서도 "우리가 사랑하는 100가지 하늘 전시." , "유명인이 사랑한 하늘들," , "역사로 보는 하늘의 변천사.", "세상에서 제일 인기 없었던 하늘 50가지" 등등 다양하게도 전시할 것이다.
또 "아름다운 하늘 만들기, 20분이면 가능합니다." 라거나 "다양한 장르의 하늘, 기초부터 완성까지" 라던가의 강의들도 생겨날지도 모른다.
하늘 만들기에도 빈부격차가 있게 되면 어떻게 되려나.
그건 좀 슬플 테니까 상상에서라도 생각해보지 말자.
그럼 그렇게 100년 정도 지나면,
원래 있던 하늘을 보고 사는 사람들이 있을까?
커스텀 하늘이 아니라 진짜 원래 있던 하늘. 어쩌면 사람들은 원래 있던 하늘의 존재 자체도 잊어버렸을 수도 있다.
어떻게 원래 하늘로 바꾸는 지도 까먹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지금 내 눈에 보이는 하늘은 어쩌면 먼 옛날의 누군가가 만들어 둔 인기 하늘 일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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