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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산타를 믿는다. 그렇기에 크리스마스를 매년 기다리고, 어딘가에서 산타는 돌아다니고 있을 거라 확신하며 나름대로의 크리스마스를 즐긴다. 12월에 만나는 나의 주변 친구들에게는 몇 개의 초콜릿과 크리스마스를 기념할 만한 오브젝트를 준비해서 선물 꾸러미를 만들어 선물해 준다. 마치 산타의 조수가 된 것 같은 기분도 드는데, 내가 그런 선물을 준비하는 이유는 선물을 받는 모두가 나처럼 설레는 크리스마스를 보내길 바라는 마음이다. 친구들에게 설레는 기분을 느끼게 해 주겠다는 그 기쁜 마음은 어느덧 12월이 시작되는 첫날부터 대외비로 비밀리에 진행되는, 나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선물 리스트를 작성하고 은밀하게 주문하여 포장까지 완료하는 행동으로 연결된다. 선물을 받는 친구들 중 어느 몇 명은 나에게 크리스마스 편지를 준비해 주는데, 봉투에서부터 크리스마스가 가득 담겨있는 편지를 받아 든 그 순간 딱 이런 기분이 든다. 온갖 연기를 뚫고 굴뚝으로 나온 직후, 산타클로스를 위해 준비해 둔 알록달록한 버터 쿠키를 발견한 기분이랄까.
 
그렇게 12월이 끝나고 산타의 계절 같은 겨울이 지나갈 때쯤, 과연 산타는 나머지 계절을 어떻게 살고 있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겨울엔 눈사람도 만들고, 썰매도 타고, 키우는 루돌프들에게 각소금도 주면서 산책도 할 테고, 조수들이라고 있는 엘프라거나 요정들이라거나 그 누가 되었든, 조수들과도 함께 이번 시즌의 선물들은 어떤 걸로 구성할 건지, 선물 받을 아이들의 착함 기준치에 대해 토론을 하던지, 나쁜 애들도 구제방안이 있어야겠다거나 이런저런 이야기들도 할 것 같다. 
시즌이 끝난 나머지 계절엔 과연 그들은 무얼 하면서 살 것인가.
 
일단 이 부분에 대해서 예전에 생각해 본 걸 간단하게 말하자면 행정구역 별로 시의원처럼 산타들이 존재하는데 그들이 정년퇴임하기 전에 자신을 이을 산타를 찾아 키운다거나 하는 그런 생각들을 해본 적이 있었다. 산타가 되고자 하는 산타 지망생들을 손수 골라 장학금을 주며 최우수 산타로 키워내는 육성시스템. 자신을 이을 산타를 찾지 못한다면 영원히 퇴직할 수 없는 끔찍한 노동의 현장을 생각한다면, 산타들은 계절과 상관없이 눈에 불을 켜고 열심히 후임을 찾아낼 것이다. 그러다 산타가 되겠다 생각했던 초기의 마음을 저버리고 타락해 버리는 순간이 온다면 그 산타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생각에선 나름 타락한 산타들에 대해 몇 가지 갱생 루트를 생각을 해봤었는데, 대략 3개 정도였다.
우선 타락 산타들이 가장 처음에 해야 할 일은 선물 포장이다. 타락한 마음으로 선물을 전해주는 행동도 어쩌면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에 더 이상 아이들을 만나지도 못하고 선물 공장에 박혀 오로지 선물만 하루 종일 포장만 하며 단순한 일만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다. 물론 조수라고 생각했던 포장 전문직들과 함께 해야 하기에 눈치 보며 일을 해야 한다는 게 약간은 정신적으로 힘들 수도 있겠다.
그다음은 빨래하기. 선물 포장을 하면서 내가 왜 타락했을까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면 "빨래하기"는 감사함을 느껴보는 시간이다. 타락하지만 않았어도 빨래를 할 필요도 없었을 상태에서 주구 장창 내가 입지도 않은, 내가 신지도 않은, 내가 쓰지도 않은 빨래만 해야 하는 상황이 놓인다면 내가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일단 산타 하면 생각나는 그들의 전용 출구는 바로 굴뚝. 지금은 다른 출구도 있을 수 있겠지만 어찌 되었든 산타의 옷은 새것 같은 빨간색으로 보여야 하기에 빨래는 필수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많은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닐 산타들을 생각하면 이상하게 발냄새가 날 것 같은 기분이다. 잠자고 있는 아이들을 발냄새로 깨우고 싶지 않다면 양말도 꼭 빨아서 신어야 될 테니 빨래는 필수랄까. 또 루돌프를 생각해 보자. 루돌프가 아무리 산타가 키우는 애완동물이라 해도 야생의 냄새는 어쩔 수 없이 날 테고 그런 루돌프에게 선물을 실어 나르려면 각소금을 얼마나 주면서 꼬드겨야 할지 아찔하다. 바쁜 산타의 입장에서 각소금을 줄 때마다 장갑을 빼고 줄리는 없을 테고, 아마 장갑엔 루돌프 침이 한가득 묻어있을 것이다. 그런 장갑으로 아이들의 선물을 들고 있기엔 청결이 별로일 것 같지 않은 가. 그래서 쉴 새 없이 빨래를 하고 있을 누군가가 필요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
마지막은 아이들과 사진 찍어주기. 크리스마스 시즌에 산타 복장을 하고 백화점이나 놀이공원이나 언제나 가짜 산타가 등장한다. 난 그들을 보면서 어쩌면 진짜 산타들이 숨어 있진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
그렇게 아이들과 사진을 찍어주면서 호호호 웃고 있는 산타들을 보며 저 중에 진짜 타락산타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이게 사실 제일 힘들 것 같다.
가뜩이나 타락한 마음이 한가득인데 그런 마음으로 평생을 봐왔을 아이들과 함께 사진 찍어주기라니, 하루라도 표정관리가 안되면 타락 증거자료로 바로 쓰일 수 있는 사진으로도 남을 테고 말 그대로 감정 노동이기에 가장 끔찍한 행동일 것이라 짐작했다. 그렇기에 타락 산타들이 다시 산타로 복귀하기 전 마지막으로 반드시 수행해야 되는 행동이랄까. 이 정도까지 하면 다시 산타로 복귀하기엔 충분할 것 같다.
 
뭐 어쨌든 생각보다 산타라는 지위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딱 한 명만 있을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수히 많을 것 같지도 않다. 무수히 많은 산타가 있다면 내가 크리스마스에 가족들 말고 진짜 산타에게 선물을 단 한 개도 못 받을 정도로 인생을 막살진 않았기 때문이다. 분명히 엄청나게 바빠서 아직 못 찾아온 것이라 생각한다.
 
언젠가 만날 산타에게. 
난 널 진짜 믿고 있었다. 언젠가 만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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