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상상을 해봤다. 노란색, 초록색, 분홍색 행주를 100개인가 사둔 것을 바라보며.
내가 지금 기억하고 있는 저 행주를 구매한 날이 나의 미래에 오는 어느 날이라 한다면, 내가 기억하는 그날의 존재는 무엇일까.
현시대를 살면서 예언자라는 단어를 한 번도 안 들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누군가에 의해 읽혔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들이 적혀있는 예언서가 존재한 다는 것.
그것을 말한 사람을 우리는 예언자라 부른다. 지금도 아주 유명한 예언자가 있지 않은가. 노스트라다무스라던가. 바바 반가라던가.
만약 그들이 정말로 미래를 보았다면, 그들은 어떻게 보았을까.
끊임없는 형상들이 시간순으로 눈앞에 나타난 걸까? 예언가들의 예언 중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아닌 추상적인 내용의 예언도 있다.
시간 또한 정해진 예언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어떻게 시간까지 예언할 수 있었을까. 마치 그날의 시간을 보고 온듯하게.
마치 도래하지 않은 미래를 과거처럼 기억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나는 단순히 환상을 보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서, 만약 내가 지금 기억하고 있는 저 행주를 구매한 날이 과거가 아니라 앞으로 다가오는 어느 날의 미래라 생각해 본다면 꽤나 재밌는 상상이다.
내가 행주를 샀다는 기억이 실제로는 10일 후에 내가 사는 날의 미래를 본 것이라면. 나는 나의 기억에서 그날의 날짜를 찾고 있을 것이다. 그날의 시간이 나의 기억이 과거인지, 미래인지를 알려주는 유일한 대답일 테니.
기억이라는 단어의 뜻을 제대로 찾아봤다.
어학사전에는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냄."이라고 적혀있다.
우리가 과거라고 확신하는 형상이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라고 가능성을 열어둔다면, 우리는 우리의 기억들을 확신할 수 있을까?
기억이 단순히 나의 과거가 아닌 내 머릿속에 새롭게 새겨진 미래의 경험일 수도 있지 않을까.
영화나, 과학 서적들을 보면 "시간은 여러 흐름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라고 하지 않는가.
만약 내가 생각하고 있는 기억이 미래의 어느 시점과 연결된 감각이고, 동일한 지점의 시각화라면 나는 미래의 순간을 지금 기억하는 이 과거와 연결할 수 있지 않을까.
아인슈타인이 말한 일반 상대성 이론을 생각했을 때 중력이 강한 곳에서는 시간이 더 느리게 흐른다고 하지 않는가.
커다랗게 생각하면 같은 우주 공간에 있어도 서로 다른 속도의 시간을 사용하게 되는 것처럼. 어떤 지점에서는 우리의 과거가 지금이 될 수 있고, 미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냥 행주를 보며 잠깐의 상상을 해보았다. 장마의 날씨 덕에 흐릿하게 생각나던 과거의 기억이 오버랩되어 상상하게 되었다.
재밌었다.
어젯밤에 이걸 보고 지나가면서 스치듯 생각하던 게 오늘의 행주와 연결된 기분이 든다.
역시 생각은 상상과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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