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된 지 어느덧 20일이 넘어간다. 계절은 참 신기하다.
겨울에서 봄이 되는 그 순간들이 뭐라고 사람들은 봄을 기다린다.
추웠던 온도에 웅크리고 있던 몸이 내 감정보다 먼저 봄을 느끼는지 자연스럽게 입는 옷이 얇아졌다.
입춘의 뜻이 봄이 서다는 의미란 걸 알고 있는가?
봄이 서다.
난 봄이 섰다는 생각을 하면서 문득 그런 상상을 하게 됐다.
서있는 봄 곁에 마치 "딱 지금이야!" 하는 것처럼 꽃이 피고 건조했던 모든 식물들이 싹을 피우면서 초록초록해지는 세상.
그걸 바라보고 있는 봄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사실 봄의 생각도 궁금하지만 가장 궁금한 건 겨울의 생각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겨울이다.
크리스마스가 있으며,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창문을 볼 수 있다는 그 기쁨이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아직 산타를 믿고 있다는 사실이, 겨울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겨울의 입장에선 봄이 서있는 그 시간은 삶에서 유일하게 외롭단 생각을 하는 시간이 아닐까?
모두가 자신이 지나가길 바라는 시간이 될까 봐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만약 내가 어떤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그 길에 서있는 모두가 내가 빨리 지나가길 바란다면 아마 나도 모르게 부끄러워져서 빠르게 뛰어가지 않을까.
처음 보는 사이도 아닌데 그럼에도 모두가 날 외면 하는 순간이 온다면 나는 춘하추동의 사계절 중 하나라는 중대한 입장에서도 더 이상 계절임을 포기하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 겨울이란 계절은 다른 모든 계절들보다 멘탈이 강하지 않을까.
어쩌면 그 길에서 변덕이 생겨서 꽃샘추위라거나 뜬금없는 어느 날, 갑자기 눈이 내리는 광경을 보게 되는 게 아닐까 싶은데, 만약 이유가 그런 거라면 그런 겨울의 모습은 본받을 만한 것 같다.
벚꽃이 가득 피고, 싱그러운 바람들이 잔뜩 부는 봄이 된다 해도,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겨울을 다시 기다릴 것 같다.
겨울이 내 마음을 알아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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