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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가 들기름을 만난다면 무적의 두부가 된다. 어색한 사람이 있다면 들기름에 부친 두부를 주며 친해져 보자.

단백질을 대표하는 고기. 그 옆에 두부는 사실 딱히 고기보다 맛있지는 않다. "고기 먹을래, 두부 먹을래"를 묻는 이상한 사람은 없으니까.

 

그런 두부에게 들기름을 만나게 해 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들기름에 구운 두부는 그만큼 강하다.

들기름에 누워있는 두부의 마음은 얼마나 편할까. "이제 내가 최고다."라고 생각하고 있어도 뭐라 할 사람이 하나도 없을 테니.

 

나는 두부가 부럽다. 나도 나를 더 최고로 보여줄 나만의 무언가가 있을 텐데.

때로는 그런 걸 나 대신 누가 찾아줬으면 좋겠다. 

 

며칠 전 가족들과 변산을 다녀왔다. 영화 변산에서 박정민 배우가 "내 고향 변산은 보여줄 것이 노을 밖에 없네."라는 말로 기억되는 변산은 서울에서 꽤 먼 곳에 있다. 그 먼 길에서는 독수리와 매도 있었고, 커다란 날개를 쭉 펴고 한 바퀴 돌고 있는 모습에선 이유 없는 자유로움도 느껴졌다.

 

채석강을 처음 보았다. 암석들이 차곡차곡 포개져 있는 절벽은 얼마나 오랜 시간들이 이곳에서 흘러갔는지 느껴졌다.

해안을 따라 바닷길을 걸으며 파도와 바람에 내 숨도 크게 포개 보았다.

 

이유 없는 감정이 있다는 걸 아는가. 이유없는 기쁨, 이유없는 슬픔.

전자는 낙관적이지만 후자는 비관적이다.

 

나는 이 멀고도 먼 곳에 나의 이유 없는 감정들을 두고 갈 거다.

그 유명한 노을도 보고 가지 않을 거다. 

그래서 또 잘 살아보고, 그 다음에 노을을 다시 보러 올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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