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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깃한 종이 쪼가리가 바지 주머니에서 나오는 순간.
아무 생각 없이 버리기에 아주 당연한 행동처럼 연결되는 순간에 나는 문득 종이를 펼쳐본다.
지금으로부터 어느 정도 지난 어느 날에 내가 방문했던 곳의 흔적이 담겨있는 종이 쪼가리. 바로 영수증이다.
일상에서 영수증이란 존재는 언제나 태어나기도 전에, 그러니까 출력되기도 전에 버려드릴까요를 먼저 듣는 존재.

난 그런 영수증을 언제나 받아온다. 물론 계산이 정확하게 되었는지를 확인하는 용도로도 사용하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받은 즉시 몇 번 접어 주머니에 넣는 게 전부이다. 그럼에도 받아오는 이유는 딱히 없다. 오히려 그런 영수증들이 집에 돌아왔을 때는 옷에서 빼내어 테이블에 올려두는데 그럴 때마다 쓰레기를 들고 온 기분이 들 때가 대부분이다.

어느 날에는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영수증 하나를 발견했던 적이 있다. 오래된 책이 노래지듯 노랗게 변한 영수증 안에는 4년 정도 지난 어느 날 내가 어느 동네에서 사 먹은 순댓국이 적혀있었다. 여름인 계절 8월의 어느 날, 오후 7시쯤 사 먹었던 어느 누구인지 모를 2명과 함께 순대만 들어간 순댓국 하나와 그냥 순댓국 두 개가 주문되어 있는 영수증.

난 이 영수증을 보며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기억에도 없는 어느 과거의 정확한 시간대의 내가 사용한 금액과 물건의 이름. 위치 또한 찍혀있어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찾아가 볼 수 있는 공간. 잊고 있던 나의 과거의 어느 하루가 일기처럼 출력되어 있는 종이 한 장. 이런 영수증들 사이엔 아마도 다양한 나의 과거들이 출력되어 있겠지. 어느 날의 기쁨이 있다면 어느 날의 슬픔도 존재할 것이고, 또 어느 날은 다시 만나지 못할 어떠한 인연들과 함께했던 소중한 추억들이 남아있을 수도 있다. 시간이란 게 참 신기하다. 정말 행복했던 사람들과의 순간에서도 단 2년만 지났을 뿐인데도 그들과 함께 할 수 없는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정말 힘들었던 어느 날의 내가 아무에게도 티 내지 않기 위해 들어갔던 문구점에서 한참을 돌고 돌아 사서 갔던 작은 물건이, 고작 1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내 앞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이 당시의 슬픈 감정은 언제 사라졌을까 싶은 채 그냥 물건이 되어 다른 물건들과 함께 자리하고 있는 저 물건처럼.

사진과 다른 느낌으로 정확한 시간과 정확한 특정 공간이 적혀있는 과거를 회상해 볼 수 있는 존재에 대해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존재의 유무를 선택하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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